한명숙 의원직 상실로 본 대의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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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의원직 상실로 본 대의민주주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8.20 16: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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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거법 200조 2항 '선거범죄 당선무효는 승계 제한', 2009년 헌재 위헌 판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 5년만인 오늘(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징역 2년형을 확정함에 따라 의원직을 최종 상실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 전(前) 의원이 비운 자리는 신문식 전 민주당 조직부총장이 물려받게 됩니다. 신 전 조직부총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확인 절차 등이 완료된 뒤, 수일 내에 의원직을 공식 승계합니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란은 별론으로 하고, 기자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을 '승계'로 보장한다는 데에 의구심이 듭니다.

본래 우리 법에는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비례대표 당선인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이를 승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공직선거법 제200조 제2항 단서조항에서는 "비례대표 당선인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가 됐을 경우 차순위 후보의 의석 승계를 제한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해당 조항이 삭제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09년 10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친박연대 김정, 김혜성, 윤상일 등 3인은 같은 당 비례대표 서청원(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양정례, 김노식 등이 선거법 위반 혐의(공천 대가 불법정치자금 제공 및 수수)로 기소돼 의원직을 상실하자, 이들의 의석을 승계하기 위해 헌재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선거범죄를 범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 본인의 의원직 박탈로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궐원된 의석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당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을 할당받도록 한 선거권자들의 정치적 의사표명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헌법의 기본원리인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의민주주의란 모든 국민들이 입법·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 소수의 대표자를 선출하고 이들이 정부·의회를 구성해서 정치를 대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의민주주의에는 심각한 결점이 있습니다. 바로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때가 종종 생기는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선거범죄를 저지른 자를 비례대표로 추천한 정당이 잃은 의석수를 '승계'로 다시 채워주는 게 과연 대다수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일까요.

더욱이 모든 정당은 비례대표로 선정할 자들을 상대로 사전 심사를 실시합니다. 이 같은 심사를 거친 비례대표가 선거범죄를 저질렀다면, 그것은 미연에 이를 막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대표자를 추천한 정당의 책임 또한 상당하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물론, 직능에 따라 선출한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그가 선거범죄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한다하더라도 직능대표성 차원에서 '승계'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정당들의 비례대표 선정 작업을 보면, 직능전문성이나 대표성보다는 자신들의 선거 승리와 계파 간 이해관계 등 정치적 득실을 더 고려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의원직을 상실한 한명숙 전 의원의 경우도 지난 19대 총선에서 단순히 당대표라는 이유만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대표가 원내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00조 제2항에 위헌 판결을 내렸던 헌재 재판부 중 이에 반대의견을 낸 단 한사람의 재판관이 있었습니다. 그 재판관의 반대의견을 기자수첩에 싣습니다.

"심판대상조항은 선거범죄로 인해 왜곡된 선거인들의 선거의사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당선된 후보자의 선거범죄를 정당의 책임으로 귀속시킴으로써 선거부정방지를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재량범위 내의 결단에 해당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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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15-08-26 18:46:06
시사온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기자가 쓴 기자수첩을 꼭 두루두루 읽길.

다른 기사는 모르겠으나 사설만큼은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잘하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