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나라, 돌파구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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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나라, 돌파구가 안보인다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8.04.29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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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지금 총체적 위기상황에 있다. 세간에서는 한나라당과 여권세력에 대해 질타하는 음성이 많이 들린다. 대통령 취임 전후, 인수위의 아마추어적인 정책 제시와 더불어, 4.9 총선을 둘러싼 공천 잡음과 당내 갈등을 보고 국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고 ‘견제론’이 50% 후반으로 급증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낮은 자세로 세상을 직시하며 민심 이반의 확대재생산을 조기에 막지 못한다면 과반의석 확보라는 목표도 불가능한 일이 된다.

작금의 위기 사태에 대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한마디로 집권층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데 그 주 원인이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외부가 아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자신들 내부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섣부른 정책 발표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용두사미격으로 흐지부지된 통신요금 인하는 물론 영어 몰입교육 등 도마 위에 오른 아마추어적인 정책 발상 등, 국민을 실망시킨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통신 요금은 시장질서에 맡겨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세금이 아닌데도 통신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나섰다가 망신만 당했다.

그리고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니 ‘강부자’(강남 땅부자)니 하는 비아냥이 쏟아진 장관과 청와대 수석 임명, 그리고 하자 투성이의 이명박 정부의 인재풀 등 그 모두가 자신들 내부에 그 원인이 있다. 그 결과 역대 어느 정부와 달리 언론이 ‘새 정부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도 무시(?)하고 비판의 칼날을 세울 정도이다. 그들 스스로가 허니문 기간을 박차고,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것이다.

여기에다 4.9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세력의 갈등과 총선 출마자의 면면히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게 만든다. 이른바 철새 정치인과 함량 미달의 후보, 그리고 일부에서는 표적 공천 이라는 주장 등 말들이 많다. 공천 심사의 객관성에 대한 문제 제기 또한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그 결과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소속 연대와 친박 연대 등 다양한 정치적 이합집산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수뇌부의 정치력 부재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헌신해왔던 지지계층이 등을 돌린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민심은 멀어져 간다.
총선 물갈이의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친박 세력의 제거인가, 아니면 친이 세력 심기인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계파간 나눠먹기나 당내 유력인사들의 ‘내 사람 심기’라는 시비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친이, 친박 이라는 가치기준은 없어져야 한다. 총선 물갈이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을 청산하고, 참신하고 전문성을 갖춘 능력 있는 인사를 원내 진입이 가능하게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의 공천을 보면 의정활동과 전문성을 갖춘 현역 의원이라도 3선 이상이거나, 고령이라는 잣대로 원천적인 출마를 막고 있다.

전문성과 능력은 물론 경륜을 갖춘 원로가 없는 정치권을 생각해 보라. 항간에서는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장감이 없다고 한다. 공천 결과 다선 의원이 그 만큼 없다는 이야기이다.

초선의원들이 의회진입이 많다고 해서 국회가 개혁되고, 변화된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 386세대가 당시의 분위기를 타고 의회 입성이 많아졌다. 17대 국회에서 지역구 당선자 243명중 초선 의원은 133명으로 54.7%를 차지했다. 이러한 수치는 16대 국회 당시 38.8%보다 훨씬 높은 것이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보면 17대 56.5%에 이르렀지만 정치의 품질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 직후 실시한 의원 평가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평균 75.5점으로 16대 국회 첫 국정감사 당시 75.4점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없었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정치 신인의 대거 등장 자체가 국회의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안정의석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국회 과반수 의석 획득을 두고 안정의석이라 말하는가? 정확히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역대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적은 거의 없다. 지난 20년간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이 비례대표(23석)까지 포함해 152석을 차지한 17대 선거가 유일하다. 그나마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992년 14대 총선 당시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149석에 그쳐 과반 확보에는 아깝게 실패했다. 과반 의석은 그렇게 쉽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원내 다수를 차지하기 위해 간접선거로 뽑는 유정회 의원으로 국회 의석을 장악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어떠했는지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원내 안정이 아닌 독주와 독선이 팽배한 파행적인 국회 운영이 주류를 이루었다.
원내 안정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여권 스스로가 총선 물갈이 실패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해결책이 나온다.

국민의 신뢰 회복은 집권층의 도덕성에서 출발한다. 대통령은 물론 모든 공직자가 무한 봉사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윤리의식 또한 중요하다.

대통령과 달리 그동안 우리 공무원 사회는 대국민 봉사정신 보다는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기강 해이 등 비판을 받아왔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구두선이 아닌 정책으로 그 틀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들의 변화의 기대 심리는 크다. 국민의 기대가 커, 실망감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10년간 지속되었던 것을 일시에 바꿀 수는 없다. 틀 바꾸는 작업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의식의 변화와 실천이 선행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인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권력은 유한(有限)하고, 민심은 조변석개(朝變夕改)와 같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스스로가 먼저 변화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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