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논란과 정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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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논란과 정의화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9.0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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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진정성은 없고 정쟁만 일삼는 여야…정의화 소신 발언 '눈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정부 특수활동비(특수비)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치 국면은 풀릴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수비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지만 방법론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일단, 이번 논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까요?

특수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의미하는데요. 현행법상 영수증 처리 등 증빙자료 제출 의무가 없어 흔히 '눈먼 돈'이라 불립니다.

이번 논란은 홍준표 경남지사(새누리당)가 시발점이었습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2011년 당시 당대표 경선 기탁금이 문제가 되자, 국회운영위원장 당시 받았던 특수비를 생활비로 모은 것이라고 '자폭'했었죠.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내던 시절 받은 특수비를 자녀 유학비로 사용했다고 밝히면서, 특수비에 대한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습니다.

방점을 찍은 건 '국정원 해킹 의혹'이었습니다. 2012년 대선 댓글 사건 등으로 국정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마당에 민간인을 상대로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정원이 국민 혈세로 국민 뒤를 캤다'는 비난이 속출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돈을 챙겼으니 나오는 지적이었습니다. 올해에도 전체 특수비 8800억 원 중 무려 절반이 넘는 4782억 원이 국정원에게 편성됐네요.

▲ 정의화 국회의장 ⓒ 뉴시스

국민들의 눈초리가 차가워지자 정치권이 나섰습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특수비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에 '특수활동비조사소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그게 불가하다면 여야 간사 비공개 논의만이라도 해서 특수비 투명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는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며, 정부 특수비에 대해서는 국회 정보위원회 등 각 상임위 별로 심사를 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저는 기사를 쓸 때 '양비론'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양비론'을 좀 들먹여야 될 것 같습니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권력기관 입니다. 특정 현안이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제도적인 측면에서 이에 접근해야 하고, 법 제·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특수비 문제를 두고는 여야 모두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특수비가 문제라면 국가재정법, 국가정보원법 등 현행법 개정으로 개선하면 될 일입니다. 실제로 국회에는 이미 이에 대한 수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황인데요. 해당 법안들은 길게는 4년, 짧게는 3개월 넘게 하나같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이쯤 되면 특수비를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진정성마저 의심스럽습니다. '특수비 개선'을 외치면서도 정작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지요. 여야 모두 어떻게 하면 이번 사안을 차기 총선에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이 이처럼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회 수장 정의화 국회의장의 발언이 눈에 띕니다. 정 의장은 1일 MBC<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서 특수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습니다.

"특수비를 100% 투명하게 노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 사회가 점점 선진화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나는 우리 국회가 예결위 안에 소위를 구성해 특수비에 대해 사회적 담론으로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위를 만들어서 어떻게 할 것이냐다. 여야가 법 개정 등의 방법을 막론하고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하니까 특수비를 10%정도 줄인다든지 서로 합의하면 될 일이다. 특수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 좀 더 투명하게 쓰는 건 특수비를 받은 사람들에게 맡겨야한다"

정 의장은 여권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선진화 차원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예결위 내 소위 구성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법 개정을 통해 특수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예까지 들었네요.

여러분께서는 정의화의 말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저는 정 의장을 제외한 우리 국회의원 297인이 이와 같은 소신을 조금이라도 따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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