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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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5.09.09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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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칼 마르크스(1818-1883)가 산업혁명 후반기가 아닌 전반기에 활동했다면 자본론이 아닌 국부론에 준하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애덤 스미스(1723-1790)가 산업혁명 전반기가 아닌 후반기에 활동했다면 국부론이 아닌 자본론과 유사한 저서를 남겼을지도 모른다.

이론과 주의 주장은 한 시대에 대한 경험과 분석을 통하여 현실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현실에 특정 주의 주장을 적용할 때에는 상황적 인과관계를 성찰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영화 ‘베테랑’이 관객 1200만을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을 보면서, 몇 년 전 하버드 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 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현재 이 책은 한국에서 200만 부 판매를 돌파하고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 부 판매를 기록할 때 필자는 대학에서 정치학 원론을 강의하고 있었는데, 사회과학 관련 서적이 100만 부 판매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내용이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책을 완독하지 못했다.  정치학을 전공한 필자에게도 부담스럽고 재미없는 책이었다. 그런데 일반대중들 사이에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책을 구매한 사람들 중 몇 사람이나 완독 했을까?  아마 대다수 사람들이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서재 한 편에 방치해 두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 책에 그토록 열광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란 주제에 일반인들이 그렇게 흥미를 가졌다면, 그것은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베테랑’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비해서 대중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흥행 요소를 갖고 있다.   우선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다이내믹한 영상 전개도 흥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타락한 재벌에 대한 말단 형사의 응징을 통해서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는 점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든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현실에 대한 고발과 비타협적 우직함이 승리하는 단순한 극적 전개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며 칠 전 김무성 새누리당 당 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있었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양 당 대표는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고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서 그 해법은 차이를 보이지만 양극화의 문제를 우리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분에 민감한 진보세력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에 민감한 보수세력도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아니 자본주의 사회가 지속되기 위한 공동체의 도덕적 최소 기준은 무엇인가?    EU 통합 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많은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도 안정적으로 경제발전과 복지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독일에서 공동체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의 정의를 유추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의료 보험제도(의료 보험법, 1883년)를 처음 도입했다는 사실, 러시아에서 레닌이 공산주의 혁명을 전개하는 것을 보고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 복지국가를 지향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통일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업그레이드시켜 선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통일 선진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통일 선진론에 앞서 복지 선진론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5년 대한민국에서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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