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대 세금폭탄에 자살 부르는 '금'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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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대 세금폭탄에 자살 부르는 '금' 관세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5.09.1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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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금 수입업자들, 관세폭탄에 줄도산…관세청, 금 수입업체에 지나친 과세 도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세정당국의 지나친 과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sbs화면 캡처

관세청의 지나친 과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시사매거진2580>에 따르면 몇 년 전 스위스 금괴를 수입하던 수입업자가 세정당국의 과도한 ‘세금폭탄’에 시달려 목을 매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금괴 수입업자는 스위스에서 금괴를 수입한 뒤 관세청으로부터 15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당했다. 한국과 유럽 자유무역연합이 FTA를 체결한 뒤 스위스 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입량이 급증했는데, 수입 업체들이 뒤늦게 수억 원씩의 '세금폭탄'을 얻어맞게 된 것이다.

본질 잃은 과세절차, 사람 목숨까지…

관세가 없어진 걸 감안해 싼 값에 금을 이미 처분한 수입업체들은 줄도산했고 이처럼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한 것.

지난 2006년 9월 1일 한-유럽 FTA가 체결된 직후 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금괴 수입업자들은 호황을 누렸다. 금 관세철폐 이후 수입업자들이 잇따라 고품질의 스위스산 금괴 수입량을 늘린 것. 그러나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한국 관세청이 스위스 정부에 원산지 확인요청을 하면서 금 수입업자들의 처지는 180도 바뀌었다.

FTA 관세특례법에 따르면 ‘원산지검증 요청 이후 10개월 내에 결과를 회신하지 않을 경우 협정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원산지 확인요청을 한 후 10개월 내 원산지 확인서류가 도착하지 않을 시 수입지에선 수출국이 만든 제품이 아니라고 판단, FTA 세율에 따르지 않고 일반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만약 수출국의 사정으로 인하여 확인서류가 10개월 안에 안온다면 수입업자는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맞게 되는 셈. 추후 수출국으로부터 확인서류가 도착한다고 해도 절차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관세청에선 납부된 관세를 수입업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 관세청의 지나친 과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sbs화면 캡처

해당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세관 직원은 “개인적으로 (그런 일이 발생해서) 안타깝다. 그러나 규정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관세 추징은 정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스위스 대사 측은 이와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위스산이 맞는데 한국 관세당국이 왜 세금을 추징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괴 수입업자들은 스위스산 금괴를 정당하게 수입하고도 ‘10개월의 함정’에 걸려 세금을 추징당한 것이다. 이 중 15억 원에 달하는 관세를 추징당한 한 수입업자는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지난 2013년 6월에는 삼성물산이 수입한 금괴의 원산지 증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7억 원의 관세를 부과 받고, 행정소송을 벌였으나 결국 패소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재판부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06년 11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한 뒤, 한-유럽 협정에 따라 세율 0%를 적용받기 위해 인천공항세관에 원산지증명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세관은 이 금괴가 스위스에서 생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2008년 스위스 관세당국에 원산지 검증을 요청했지만 10개월이 지나도록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에 당국은 2009년 원산지 증명 혜택을 받았던 삼성물산에 기본 관세율 3%를 적용해 관세 6억3000만 원, 가산세 1억4000만 원, 부가세 6300만 원을 부과했다.

세정당국-스위스 정부 엇갈린 입장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삼성물산은 스위스 관세당국이 검증요청일로부터 10개월 이내에 회신하지 않은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예외적인 경우라도 원산지 증명 서류의 진정성 또는 상품의 원산지를 판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 특혜관세대우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관의 과세 처분은 정당하다”며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과세당국이 과세하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스위스 측에서도 이번 과세폭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왜 세금을 추징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과세당국이 본질을 외면하고 절차에만 치중한 나머지 한 사람의 귀중한 목숨을 잃게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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