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의 엔터법>윤은혜 표절논란으로 본 디자인 침해
스크롤 이동 상태바
<양지민의 엔터법>윤은혜 표절논란으로 본 디자인 침해
  • 양지민 변호사
  • 승인 2015.09.18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양지민 변호사)

얼마 전, 윤은혜가 중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의상이 아르케의 의상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기사에 나온 윤은혜가 디자인한 의상과 아르케 의상의 비교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한 눈에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기사를 보며 한 편으로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르케가 윤은혜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르케는 현재, 윤은혜가 디자인한 의상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팔에 달린 러플 레이스 부분이 아르케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표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상의 일부분인 독특한 디자인을 과연 법의 보호 영역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비슷한 사례로 2013년 버버리와 쌍방울 간의 법적 분쟁을 들 수 있다. 바로, 영국 브랜드 버버리가 국내 속옷 업체를 상대로 낸 일명 “체크무늬 소송”이다. 쌍방울이 속옷에 버버리 고유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체크무늬를 넣자, 버버리가 쌍방울을 상대로 상표권침해금지를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쌍방울은 버버리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버버리의 손을 들어줬다. “쌍방울의 제품에 사용된 체크무늬와 버버리 상표는 둘 다 베이지색 바탕에 일정한 간격으로 검은색, 빨간색 선이 교차하는 모양인데, 일반 수요자들이 봤을 때 전체적인 미감이나 인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위와 같이 판단한 것이다.

그럼, 윤은혜의 의상과 아르케의 의상이 팔에 달린 러플 레이스 부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고 일반인이 보기에 누구나 같은 라인의 콜렉션으로 착각을 할 정도로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버버리와 쌍방울 사례처럼 아르케가 승소할 수 있을까.

포인트는, 버버리와 쌍방울 사례에서 법원은 "체크무늬가 의류 등 상품 표면에 사용돼 버버리 제품이라는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수행한 만큼 체크무늬 자체가 단순 디자인이 아닌 상표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버버리의 승소 판결을 했다는 데 있다.

즉, 체크무늬가 단순 디자인이 아닌 상표로서의 기능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상표권을 침해한 쌍방울에 대하여 상표권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이런 논리로 보면, 아르케 역시 의상 팔 부분의 러플 레이스가 아르케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출처로서의 기능까지 하고, 그 부분이 일반인에게 아르케라는 브랜드를 인지하는 표상으로서의 기능을 한다면,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사실상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처럼 법적으로 보더라도, 여전히 미묘한 영역이 존재하는 디자인, 상표권 침해의 이슈이기 때문에 아르케도 언론을 통한 이의제기를 했을 뿐, 달리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밟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법적 조치 여부 또는 이것이 상표권 침해가 되는지 여부를 떠나, 이번 표절논란을 계기로 디자이너들의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긴 디자인에 대한 가치와 그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