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만 요란했던 롯데 신동빈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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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만 요란했던 롯데 신동빈 국감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5.09.2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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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與野, ‘롯데 콧대 꺾기’로 으름장 놓더니 실없는 질문 잇따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활짝 웃으며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증인 출석. 특히 신 회장은 10대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여론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정치권도 국정감사 흥행몰이에 신동빈 회장을 앞세웠다.

여야 의원들은 롯데를 도마 위에 올리고 신 회장이 등장하면 기필코 응징하겠다며 대동단결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른바 ‘롯데 사태’로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신 회장이 국감에 출석한다면 온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롯데 사태를 쟁점으로 삼고 신 회장의 국적 등 개인 신상부터 롯데그룹 내 경영권 분쟁, 제2롯데월드 특혜의혹 등을 면밀히 파헤치겠다며 일찌감치 으름장을 놨다.

새정치민주엽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롯데의 주인은 일본이고, 돈 버는 곳은 한국이라는 국민적 의혹이 있다. 롯데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이 명쾌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허탈했다. 요란한 빈수레에 불과했다.

신동빈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던 당시에 국민들은 재벌가의 속내를 파헤치며 가려운 곳을 긁어줄 것 같았던 기대감을 가졌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설마 했던 정치권의 '재벌가 봐주기'로 끝을 맺었다.

애초 이번 국감은 ‘롯데 난타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업계의 반응과 달리 롯데 특혜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침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신 회장이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첫 번째 의혹은 본격적인 국감 회의 전부터 제기됐다. 롯데 측이 신 회장의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 국회 관계자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풀(소수 기자단으로 구성된 공동취재단) 취재가 진행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국감 회의 중에도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정치권 인사들이 신 회장에게 질의한 내용이 앞서 언론 보도로 드러난 예상 질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예상 질문에는 해외계열사를 통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 문제 등이 있다. 즉, 신 회장은 미리 답을 알고 ‘시험’을 치른 것과 다름없다.

특히 지난 롯데 사태로 인해 대국민 사과를 했을 당시 어눌한 한국어 때문에 질타를 받았던 신 회장이 이번 국감에서는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에 업계에선 신 회장이 국감 질의를 미리 파악하고 대본을 읽은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국감 오후 회의 속개하던 중 “오늘 롯데 신동빈 회장께서 나오셨는데 우리 롯데는”이라고 소개하며 이례 없는 특정 기업에 대한 친근감을 표해 ‘롯데 봐주기’ 의혹도 일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부 정치 인사들이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 “롯데호텔 내부 인테리어를 한국식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등 국감의 본질에서 벗어난 질의를 쏟아내면서 ‘저질 국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이밖에 다른 여당의원들도 ‘경영권 분쟁’에 대해 질책을 늘어놓긴 했지만 ‘갑질논란’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 역시 신 회장을 향한 여야 의원들의 뻔한 질문에 흥미를 잃은 듯 미미한 보도로 응수했다.

물론 그간 국감의 고질적인 관행으로 지적돼왔던 국회의 재벌회장을 향한 고성이나 망신주기는 없었다. 그러나 국민 정서까지 뒤흔들 만큼 한 기업의 잘못된 행태는 바로잡는 게 맞다.

재벌개혁을 꾀했던 국회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재벌 편들어주기로 변질돼버린 이번 국감. 재벌개혁에 앞서 국정감사 개혁이 먼저가 아닐까.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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