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회 본회의 부결>
웃는 ‘박근혜’ 고개숙인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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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국회 본회의 부결>
웃는 ‘박근혜’ 고개숙인 ‘정운찬’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6.3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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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원칙·신뢰’이미지 지켜... 정운찬 ‘사퇴압박’
지난해 9.3 개각 이후 정국을 마비시켰던 세종시 수정안이 어제(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정운찬 국무총리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

정운찬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국가백년대계 불타협론'을 주장하며 강하게 밀어붙일 때도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을 줄곧 주장해왔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통해 '박근혜의 힘'을 다시 한번 과시하며 자칫 정국 외곽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상황을 단번에 뒤집는 저력을 과시했다.

박 전 대표는 29일 세종시 본회의 표결에 앞서 세종시 수정안 반대 토론을 위해 2005년 3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5년 만에 국회 본회의 단상에 올랐다.

친박계 의원뿐 아니라 친이계, 범야권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게 시선이 모아졌고 그는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박 전 대표는 "우리 정치가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그것이 깨진다면 끝없는 대립과 분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 자족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세종시 원안에 이미 자족 기능이 다 들어가 있다"면서 "세종시 원안에 있는 자족기능을 구체화를 하기 위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실천 의지"라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계 등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세종시 원안 플러스알파 논란에 사실상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친이계를 겨냥, "한 쪽은 국익을 생각하고 다른 한 쪽은 표만 생각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세종시에 대한 결론이 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가슴에 묻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자"고 말했다.

사실상 '박근혜 고립작전'이었던 세종시 수정안이 정국을 블랙홀로 몰아넣었던 지난 10개월 종안 박 전 대표는 MB·정운찬 총리·친이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끝가지 원칙과 신뢰를 지킨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게다가 다른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신양면만을 위한 정치 공학에 매몰된 반면, 자신은 한 번 원칙을 정하고 내뱉은 말은, 그리고 국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강한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큰 수확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9부2처2청의 행정기관이 충청권으로 이전할 경우 2012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 공략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 표심이 대권 여론의 바로미터라는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가장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박 전 대표와는 달리 정운찬 총리는 고개를 숙였다.

학자시절 케인지안 1세대인 조순 교수의 수제자로서 MB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온 정 총리는 세종시 원안 변경을 주장할 때부터 '세종시 총리', '소신을 버린 학자'라는 달갑지 않은 비판을 들었다.

정 총리는 그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세종시 수정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지만 세종시 본회의 부결로 인해 패장이 돼 향후 정치적 행보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어제(29일)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후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정 총리를 '세종시 3적'으로 규정하며 "정운찬 총리는 사퇴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3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오늘(30일) 정 총리가 의사 표명을 하신다는데 나가겠다는 말씀 아니겠느냐”면서 "그래가지고 어떻게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정 총리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 총리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의 예상 밖 참패로 인한 인적쇄신 논란이 불거질 때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왔다. 이런 정 총리의 행보를 보면 자진 사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국면전환용' 인적쇄신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유임될 가능성도 높다.

내달 재보선 전후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 인적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리 정 총리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다소 여론을 지켜볼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라는 제로섬 게임에서 박 전 대표는 승리자가, 정 총리는 패장이 됐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친박계의 승승장구를 보고만 있을까.
 
또 다른 MB정권의 카드는 없을까.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의 귀국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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