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가 역시나' 백화점 휑~…허울만 좋은 '블랙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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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가 역시나' 백화점 휑~…허울만 좋은 '블랙프라이데이'
  • 변상이 기자
  • 승인 2015.10.09 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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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홍보와는 딴판, 고작 10~20% 할인에 국내 소비자 '외면'…그나마 요우커 '덕' 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지난 1일 정부와 유통업체의 대대적 홍보 끝에 드디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됐다. 당초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실현하고자 했던 이 행사는 정부가 내수 진작과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기획된 국내 최초 세일 행사로 주목을 받았다.

때마침 중국 국경절이 겹치며 국내 소비자와 요우커들의 소비심리 회복에 더욱 더 기대를 모았던 블랙 프라이데이. 과연 그 모습을 어떨지 지난 8일 <시사오늘>은 블랙프라이데이가 한창인 주요 백화점을 방문해봤다.

▲ '블랙프라이데이' 임에도 불구하고 할인율은 10~20% 남짓에 지나지 않았다. ⓒ 시사오늘

허울만 좋은 대대적 홍보…파격 할인은 대체 어디에? 

명동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등 현장 곳곳에는 입구부터 'Korea Grand Sale'이란 문구가 빼곡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 인근에 머물렀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캐리어를 든 모습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에 유커들의 소비심리가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업계의 예측과는 달리 쇼핑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덤덤한 표정으로 쇼핑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층별과 매장을 둘러본 결과, 대대적인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대했던 만큼 할인율이 10~20%, 많게는 30%가 전부인 게 이들을 실망시키기 충분해 보였다.

의류, 신발, 주방용품 등 일부 품목들만 50~70% 할인이 적용돼 행사장 층에서 따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는 평소 백화점 한쪽에서 판매하는 매대 상품과 다를 게 없었다.

이런 상황에 첫날 북적였던 할인 행사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던 것이었다.
 
게다가 화장품 업체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지 않은 점도 여성 소비자들에겐  평소와 똑같은 백화점의 모습일 뿐이었다.

신세계 백화점을 찾은 30대 여성 A씨는 "블랙프라이데이 간판만 좋을 뿐 큰 폭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이 별로 없는 걸 느꼈다" 며 "오히려 매장 자체에서 실시하는 세일이나 고객 자체 포인트 등으로 계산해야 할인 혜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블랙프라이데이' 첫날과는 다르게 백화점 내부는 조용한 모습이다. ⓒ 시사오늘

할인율 체감 낮아…거창한 세일 홍보 "이해 안돼"

실제로 매장 내 블랙프라이데이로 할인이 적용되는 제품은 일부였기에 때문에 소비자가 기대했던 만큼의 할인율은 받기가 어려웠다.

매장 내 한 직원은 "일부 제품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가 적용이 불가능 하다" 며 "브랜드 자체에서 세일이 적용되는 게 전부" 라며 "일부 제품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가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허울만 좋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불만이 높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할인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했다.

당초에 정부서 내수 진작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진행이 예정돼 주목을 받았지만 사전 준비 부족과 미흡한 할인 혜택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의 경우, 제조업체가 기획하는 미국,영국과는 달리 유통업체가 직접 블랙프라이데이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직접 참여한다면 할인 제품을 원가에 가깝게 내 놓을 수 있지만 유통업체에서 진행하게 된다면 할인율을 설정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정에 일각에선 애초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행사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패딩 의류를 사려 온 20대 여성은 "당연히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50~80%의 할인율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와 보니 실망스러울 정도로 휑하다" 며 "차라리 인터넷으로 직구하는 게 낫겠다"는 심경을 전했다.

1층 할인 행사장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던 50대 주부 B씨는 "거창하게 할인행사라고 플랜카드만 걸어놓고 둘러보니 평소 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다" 며 "굳이 이렇게까지 대대적인 홍보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 백화점 내부 곳곳에는 요우커들을 위해 중국어로 표기된 할인 표시판이 놓여있다. ⓒ 시사오늘

유커, 중추절 겹쳐 방한…"'블랙프라이데이'가 뭐야?"

한편 업계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는 중국 최대 연휴인 중추절과 맞물리며 쇼핑가에 활기가 돋을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예상대로 롯데백화점 소공동엔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 보다 요우커들의 모습이 더 눈에 띄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체 매출은 작년보다 23.6% 늘었다.

또한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1~2일 유커 매출(은련카드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블랙프라이데이 특수가 아닌 중추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요우터들의 일반적인 소비 패턴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자가 유커들에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해 물었지만 젊은 연령층임에도 불구하고 '잘 모른다'는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에 쇼핑을 하러 방한한 적이 있는 한 유커는 "기존에 방문했을 때도 명동에 와 본적이 있다" 며 "가격대에가 크게 저렴하지 않아서 특별한 세일 기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까지도 인지도가 낮은 블랙프라이데이에 정부와 유통업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 관련단체의 관계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이번 우리 정부가 블랙프라이데이 기획에서 보여준 꼴이다" 며 "소비 진작을 위해 계획된 행사인 만큼 소비자들이 더 믿고 즐길 수 있는 쇼핑이 되기 위해 큰 혜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마트, 홈쇼핑, 주류, 리조트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한번 더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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