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9돌 한글날]역대 대통령의 '한글'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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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돌 한글날]역대 대통령의 '한글' 사랑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0.09 1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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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좋지 않다'가 '조치 안타' 될 뻔…광화문 현판 한글로 쓴 박정희
'경제 어렵다' 한글날 공휴일서 제외한 노태우…김영삼, 한글 천대? 사실과 달라
한글날 국경일로 승격·'국어기본법' 제정, 노무현…이명박, 한글날 공휴일 지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훈민정음 창제한 세종대왕(광화문 동상) ⓒ 뉴시스

2015년 10월 9일 한글날이 569돌을 맞았다. 한글날은 1443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즉 오늘날의 한글을 창제·반포한 것을 기념하고 그 우수성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정한 날이다.

<시사오늘>은 '한글날'의 569번째 생일을 기리며 한글과 얽힌 역대 대통령의 '공'과 '과'를 조명해 본다.

이승만, '좋지 않다'가 '조치 안타' 될 뻔…광화문 현판 한글로 쓴 박정희

대한민국 국부 이승만은 한글을 사랑하는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1948년 '한글전용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만이 '좋지 않다'를 '조치 안타'로 만들뻔한 사연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승만은 1953년 '한글 간소화 파동'을 일으켰다. 한글 간소화의 골자는 '발음기호 표기' 즉,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자는 것이었다.1933년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 1948년 10월 9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이승만 한글날 담화문에는 "속기할 수 있는 것을 '획'과 '받침'을 중첩하게 해 더디게 만드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이승만이 1950년 한글날 발표한 담화문을 보면 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근래 정식 국문이라고 쓰는 걸 보면, 이전 것을 개량한 게 아니라 되레 쓰기도 더디고, 보기도 괴상하게 만들어 놓아 퇴보된 글을 통용하게 됐다. 속히 개정되길 바란다."

이는 이승만이 1912년 미국길에 오른 이후 1945년 공식 귀국하기까지, 줄곧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체류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좋지 않다'는 '조치 안타'로 표기해야 했다.

이승만의 한글 간소화 주장은 정치권과 학계의 뭇매를 맞았고, 그는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는 한글전용을 본격화한 대통령이다. 그는 1968년 한글날 기념식에서 1970년 1월 1일부터 전면 한글 전용화를 실시한다는 친필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정희는 이를 그대로 실천했다. 재임 기간 동안 모든 공문서를 한글로만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이름도 그가 직접 붙였다.

1968년 일제가 허물었던 광화문을 제자리로 옮기면서 현판을 직접 한글로 써서 달은 대목에서는 박정희의 한글 사랑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광화문은 콘크리트로 '엉터리 복원'됐고, 2007년 이를 재복원하기 위해 해체 공사를 하면서 그의 한글 친필 현판 또한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한글날 공휴일서 제외한 노태우…김영삼, 한글 천대? 사실과 달라

노태우는 1990년 11월 경제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한글날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했다. 경영자총협회(경총)가 10월에 공휴일이 너무 많다며 불만을 제기하자 그들의 입장을 전면 수용한 것이었다.

정계·학계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노태우 정부는 "글자를 만든 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이를 묵살했다.

▲ 1997년 한글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훈민정음해례본 ⓒ 뉴시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는 세계화를 주창하면서 영어 조기교육을 주장했다. 온 나라가 영어 사교육과 영어 조기유학 열풍이었다. 때문에 김영삼은 한글을 천대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영삼은 1996년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숭례문의 국보 1호 해지를 주장했다. 일제 조선총독부가 숭례문을 조선보물 1호로 지정한 게 그대로 국보 1호로 이어졌다는 이유였다. 김영삼은 숭례문 대신 훈민정음해례본(국보 70호)을 국보 1호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한 김영삼은 '표준국어대사전' 작업을 진두지휘한 대통령이다. 임기 내에 업적을 남기겠다는 김영삼의 정치적 공명심이 묻은 사전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최초의 정부 편찬 국어사전인 만큼 평가 절하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한글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기가 1997년 문민정부 때였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김영삼과 마찬가지로 영어 조기교육을 강조했다. 국민들이 영어를 잘해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김대중은 나아가 '영어 공용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때 생긴 말이 '기러기 아빠'였다.

이는 '국민의 정부' 시절 국내외 사정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국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하지만 당시에는 경제 불황에 빠져 무역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우리나라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은 '인적 자원'이었다.

그래서 김대중은 젊은 인력들을 대상으로 IT·벤처기업을 경영할 수 있게끔 많은 자금을 지원했다. 영어를 강조한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한글날 국경일 승격…이명박, 한글날 공휴일 지정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이명박 전 대통령 ⓒ 뉴시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때부터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5년 12월 8일 열린우리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 등의 주도로 국회에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 법안'이 통과되면서, 한글날은 국경일로 격상됐다.

2006년 국경일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한 노무현은 "한글은 계급적 세계관을 뛰어넘어 백성을 하나로 아우르고자 했던 민본주의적 개혁정치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국어기본법'을 제정해, 한글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법률적으로 마련했다. 또한 훈민정음해례본 국보 1호 지정을 문화재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격상시킨 대통령은 노무현이었지만, 이를 공휴일로 지정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명박은 2012년 12월 24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한글날 공휴일 부활을 의결했다. 노태우 정권에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지 22년만의 일이었다. 임기 말 치적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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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임자 2015-10-28 04:36:45
노태우, 김영삼이 한글날을 공휴일에도 빼고 표준국어대사전을 무리하게 만든 것도 우리말과 한글을 더럽힌 것이고, 한자조기교육과 영어조기교육을 내세운 것도 한글 짓밟은 것이다. 김대중도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한 것은 매우 잘못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