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논란]영남 찾은 문재인, 호남 찾은 안철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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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논란]영남 찾은 문재인, 호남 찾은 안철수…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0.23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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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세 마리 토끼 동시에 잡자'…安, '내가 文보다 호남 민심 대변에 적임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야권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전을 전국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영남을,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은 호남을 첫 일정으로 택해 그 배경에 정계의 관심이 쏠린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뉴시스

문 대표는 지난 16일 부산을 방문해 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 부마항쟁 기념식 등에 참석했다. 그리고 23일에는 대구에 내려가 지역 역사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표가 영남을 다른 지역보다 먼저 찾은 배경에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자'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다. 호남을 기점으로 국정화 반대 투쟁을 시작한다면 "친노(친노무현)는 자기들 어려울 때만 호남을 찾는다"는 공세와 직면할 공산이 크다.

문 대표는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현 정부여당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부산과 대구를 우선 방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표는 부마항쟁 기념식에서 "광주 시민들이 광주민주항쟁을 범시민적으로 기념하듯 부산에서도 부마항쟁을 기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역사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애국을 나만 하고 있다는 사고에 광기까지 더해지면 '파시즘'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광주 민심을 대변하고,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파시즘'을 거론한 것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김용주를 "친일·독재에 책임있는 분"으로 규정한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 곳곳에서 무리한 발언이었다는 비난이 일었지만, '박정희·김용주=친일·독재' 공식은 분명 호남 민심 일반이다.

문 대표가 지난 추석 연휴 때 서울역이 아닌 용산역에서 귀성객 배웅을 나섰다는 점은 그의 생각을 짐작케 한다. 용산역은 광주-목포-여수로 이어지는 KTX 노선을 운영한다.

또 다른 '토끼'는 여론전 확대다. 보수지역인 부산과 대구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전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이는 '적진' 내 투쟁에서 승리한 셈이기 때문에 여론의 반향이 갑절로 커진다.

이렇게 되면 국정화 반대 이슈를 차기 총선까지 끌고 갈 전국적인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문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문 대표는 지난 21일 "입장정리가 아직 안 됐다"며 부산 사상구 지역위원장 사퇴를 보류했다.

부산을 가장 먼저 찾은 배경에는 혹시 모를 출마에 대비해 자신에 대한 지역 민심을 회복하려는 차원도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 뉴시스

반면, 안철수 의원은 광주로 내려갔다. 그는 지난 2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참 고약하다"며 "국민도 속고 저도 속았다. 국정교과서를 거둬들이고 경제에 전념하라"고 내세웠다.

안 의원은 자신이 문 대표보다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데 있어 적임자임을 보여주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그 기저에는 문 대표와 친노계에 대한 호남의 반감을 이용해 6개월 뒤에 있을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기 위한 의중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뿐만 아니라 문 대표를 강력히 성토했다. 그는 "문 대표에게 혁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호남 민심 이반에 대해서도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같은 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는 "국정교과서 문제가 급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혁신을 안 하고 총선에서 참패하면 더 힘들다"며 '총선'을 국정교과서 논란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지난 11일 공개한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정권교체의 길로 나가야 한다" 발표문을 보면 그의 생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운동권 문화', '배타·무능', '김대중-노무현 극복', '19대 총선 평가-18대 대선 평가' 등 그동안 비주류 진영에서 주류를 공격하기 위해 써왔던 표현들을 한데 버무리면서, "이제는 익숙한 것과 결별할 때다.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내세웠다. 그리고 "합리적 개혁의지를 갖춘 인사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야 한다"고 했다.

사실 안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 자기 지분을 요구하더라도 전혀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민주통합당 입당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당 지도부로부터 7·30 재보궐선거, 20대 총선에 있어 상당한 지분 배분을 약속받았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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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통합 2015-10-25 16:23:21
영남에서 호남 민심을 찾는다, 발상의 전환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