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죽는다' 박근혜, 국정교과서 강행 방침 '재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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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면 죽는다' 박근혜, 국정교과서 강행 방침 '재천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0.27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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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27일 시정연설…노동개혁·예산안처리·청년일자리 강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박근혜 대통령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재천명했다.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정상화'를 강조한 배경에는 '밀리면 죽는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기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 가장 큰 정치 이슈가 된 국정화 현안에서 야당 및 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에 밀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0년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은 주요 국정과제였던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되면서 조기 '레임덕'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MB와 정운찬 국무총리는 '자족기능 부족', '행정비효율', '통일대비' 등을 이유로 세종시는 원안대로 가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를 위시한 여당 내 친박계와 야당의 거센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건강한 토론마저 거부되고 있다"며 MB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MB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은 '힘겨루기'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이후 당내 권력의 추는 친이(친이명박)계에서 친박계로 급속히 넘어갔다. MB 정권은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문민정부의 '노동법 재개정' 파문도 '밀리면 죽는다'의 예 중 하나다.

1996년 12월 YS와 신한국당은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도입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 시켰다.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30여만 명 규모의 총파업이 해를 넘겨 1997년까지 이어졌다.

극심한 반대 여론에 YS는 결국 1997년 1월 '노동법 재개정'을 발표하고,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해 연말 있었던 대선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승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는 미래교육 주역인 아이들이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알지 못하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고, 민족정신이 잠식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은 "앞으로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자라나는 세대가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가관을 확립해 통일을 대비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지혜와 힘을 모아 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정교과서 강행 방침 '재천명'으로, 자신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탄력을 얻기 위함으로 보인다. 나아가 차기 총선 공천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 이를 통해 자기 사람들을 늘리는 일종의 세력 확산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국정화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결단을 내리더라도 이를 칭찬하기보다는 야당 및 여당 내 비박계가 '대통령 힘이 빠졌다'라는 식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불신감도 한몫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정교과서뿐만 아니라 청년고용 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청년일자리 예산을 대폭 늘린 내년도 예산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도 요청했다. 이밖에도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했다.

이는 경제와 민생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국정교과서 정국에서 나타난 부정적 민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현직 대통령이 3년 연속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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