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64)>김희정, "일본군 위안부, '외교' 아닌 '인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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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64)>김희정, "일본군 위안부, '외교' 아닌 '인권' 문제"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0.29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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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위안부 피해사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하려고 노력 중"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 시사오늘
11월 2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2012년 5월을 마지막으로 3년 반 만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최근 경색됐던 양국 관계에 물꼬를 틀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도 있지만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해결할 쟁점이 산적해 있다. 그중 최대 쟁점은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민대학교 북악포럼 강연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쟁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말랄라는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도 뽑혔다.

"말랄라가 살았던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에게 교육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말랄라는 이 사실을 블로그에 올렸고 뉴욕타임즈 등 국제사회가 이에 주목했죠. 그러나 불만을 가진 탈레반 조직이 버스를 타고 등교하던 말랄라의 머리에 총을 쏩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살아난 그녀는 오히려 본격적으로 인권활동을 펼쳤고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죠. 여러분은 어떤 인권활동에 관심을 갖고 계신가요?"

김 장관은 바로 위안부 문제가 인권사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를 외교부가 아닌 여성가족부에서 맡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양국간 논쟁이 아니라 전쟁 시기에 여성과 아동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일부 국가들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와 관련된 문제인 것이죠."

김 장관은 '위안부'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종군 위안부'와 '위안부' 명칭 차이는 따라갔는지 또는 끌려갔는지 여부에 있습니다. 즉 종군 위안부의 경우 '종군'에서 자의적 뉘앙스가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명칭인 것이죠. 그렇다면 '정신대'는 어떨까요. 정신대는 군수물자를 만드는 곳에 끌려간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즉 '근로'를 목적으로 끌고 갔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죠. 그러나 위안부의 경우 그 목적이 달랐다는 점에서 정신대로 표현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정부가 이 사안에 있어 위안부라는 명칭을 쓰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동원방식에 있어서도 위안부의 ‘강제성’을 강조했다.

"위안부 동원방식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군수공장에 일하러 가는 거라고 거짓말한 취업사기 비율이 가장 많았죠. 중요한 것은 일제가 이 여성들에게 '돌아갈 자유'를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즉 협박 및 폭력에 의한 강제동원인 셈이죠. 이외에도 아예 여성들을 유괴해 인신매매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김 장관은 또 일본 정부의 직접적 관여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일본군 위안소 지도'를 화면에 띄웠다.

"이 지도에서 보듯이 일본군 위안소는 현지 각지에 세워졌습니다. 국가간 이동에는 통상적으로 비자 확인 등 까다로운 절차가 있잖아요? 당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여권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가 용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일본은 위안부 여성을 군대의 일정 부분으로 끌고 간 것입니다."

김 장관의 말이 끝나고 화면에는 위안부 피해 사진들이 걸렸다. 흑백 사진에는 군용 가옥 앞에 여러 명의 일본군이 줄 서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은 위안부 여성들이 있었던 위안소라는 곳입니다. 국제적으로 위안소는 'rape center'라고 번역됩니다. 이 용어는 한국이 아니라 UN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 미 하원은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결의안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제도는 그 잔혹성에 있어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집단강간, 강제낙태, 신체장애, 사망·자살 등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위안부에 대해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 사건'으로 규정짓고 있습니다."

김 장관의 말이 끝나면서 화면에 다른 사진들이 걸렸다.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청중석에 앉아있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한 여성의 배에는 기괴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 사진은 일본군의 감금, 폭행 등으로 위안부 피해 여성들 몸에 생긴 상처입니다. 14살에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정옥순(95) 할머니인데요, 저 문신은 당시 위안소 탈출을 시도하시다가 일본군에 붙잡혀 새겨진 겁니다."

반면, 다른 흑백사진 속에서 일본군은 위안부 피해여성 옆에 서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는 청중들의 표정이 차가웠다. 

"위안부 실상에 대해 증언한 일본군 생존자도 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위안소 앞 군인들 ,줄이 매우 길었고 개 중에는 중간에 혁대를 풀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8월 일본군 만행에 대한 기록을 확인했다는 보도를 했는데요, 실제로 당시 2차대전 이후 일본의 패전이 확실시되자 일본군은 위안부 등 사실은폐를 위해 기록들을 불태웠다고 해요. 위안소 인근 마을에 3일간 연기가 빠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랬음에도 일부 부대는 급하게 달아나는 바람에 (위안부 자료를) 없애지 못하고 남기게 된 것이고 그것이 세상에 드러난 것입니다."

김 장관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실상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상대의 입장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위안부와 관련해 '강제연행을 뒷받침하는 공무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1993년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마저 부정하고 있는 것이죠."

김 장관은 아베 총리의 주장에는 3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개입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1938년 중국 상해에서 발견된 위안소 규정을 예로 들며 반박했다. 이 규정에는 위안소 이용규칙이나 요금이 명시돼 있는데 이는 정부가 직접 위안소를 운영감독하고 통제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강제성이 확인되지 않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고노담화에서 위안부 강제동원, 이송, 운영에 대해 인정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이에 대한 공문서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은 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법적 책임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한 경제적 피해사항에 관한 것이지, 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김 장관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장관은 두 가지 '속 시원'한 에피소드를 예로 들었다. 하나는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이해 올해 UN 총회에서 유엔여성지위위원회가 열렸던 당시 있었던 일이었다.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서는 참여국가가 돌아가면서 여성을 주제로 연설을 해요. 그런데 마침 한국과 일본이 같은 날 하게 된 거죠. 제가 한국 대표로 연설을 했는데 가정폭력과 성폭력 근절 등 한국 정부의 노력을 언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어요. 그랬더니 당황한 일본측이 당일 연설을 취소했어요."

김 장관은 수정원고를 준비한 일본측의 대응은 '발뺌'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수정원고를 들고 나타난 일본측은 관련 사안과 관련해 최대한 잘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연설자는 외교부 관계자였어요. 위안부 피해를 인권이나 여성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일본측 주장을 의도적으로 반영한 거죠. 게다가 프로필을 보니 자위대 출신이더라고요."

또다른 에피소드는 지난해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성가족부는 이 행사에 이현세 작가 등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그린 만화를 전시했다.

"일본 참가단이 저희쪽 작품에 대해 주최측에 항의를 한 거에요.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는 현수막을 걸면서 한국측 부스 철거를 요구했다고 해요.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오히려 일본측 부스가 철거됐어요. 이유는 '프랑스 국내법에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사법처리가 된다'였어요."

이 두 에피소드와 함께 앞서 위안부 피해 사진을 봤을 때부터 이어지던 침울한 분위기가 전환됐다. 김 장관은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이해를 부탁했다.

"지난 8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광화문 광장에 위안부 관련 공모작품을 전시했는데 외신들의 반응도 대단했어요. 위안부 문제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적 관심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여기 앉아계신 여러분 모두 위안부 피해 문제를 인권사항으로 이해하고 더욱 상세히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김 장관은 위안부 피해사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가해자의 기록, 피해자의 기록,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을 것이고, 일본이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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