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空約 전쟁①>'상생'? 소상인 귀에 '꿀칠'…면세점과 정치선거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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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空約 전쟁①>'상생'? 소상인 귀에 '꿀칠'…면세점과 정치선거 '오버랩'
  • 방글 기자
  • 승인 2015.10.3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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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획득에 너도나도 화려한 공약 남발…만료 5년 후 계획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면세점 특허권을 향한 기업들의 공약전쟁이 정치권과 오버랩된다. ⓒ시사오늘

제2차 서울 면세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롯데, 신세계, SK, 두산 등 면세점 특허권에 출사표를 내던진 기업들의 무기는 ‘상생’이다. 똑같이 상생이라는 무기를 들고 싸워도 차이는 분명하다. △상생이 펼쳐질 지역 △규모 △방법은 물론 △비용까지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도한 공약이다.

기업들은 ‘면세점 사업만 따내면’이라는 조건 하에 어디까지 지켜질지 모를 공약들을 두서없이 내놓고 있다.

마치 선거철 정치인들의 공약을 보는듯하다.

실제로 지난 7월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대 지역구 의원 중 공약정보를 공개한 218명의 6701개 공약 중 공약완료율은 2649건(39.53%)에 불과했다.

7월 기준 임기가 3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0건 중 4건에 불과한 이행률을 보인 것이다.

올해로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박 정부의 공약 이행률은 지난 2월 기준 37% 수준에 그쳤다. 미이행 공약도 27%나 됐다.

국회 내에서는 “애초에 실행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남발해 국민들을 현혹시킨 결과”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면세점 유치를 위한 기업들의 공약 경쟁 역시 선거철 정치권과 오버랩 된다. 삐까뻔쩍한 공약들로 정부는 물론 국민과 주변 소상공인들의 귀에 ‘꿀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달 면세점 특허권 발표를 앞둔 기업들의 화려한 공약을 비교 분석해본다.

두산, 갑작스레 ‘동대문 상권 살리기’

면세점 사업에 첫 출사표를 던지 두산은 ‘동대문상권 살리기’를 내세웠다.

지난해만 해도, 두타 입주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 대목이다.

하지만 두산 측은 “면세점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동대문 살리기는 계속할 것”이라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박용만 회장은 100억 원 규모의 사재를 투입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외에도 상생을 위한 두산의 목소리 내기는 계속됐다. △영업이익의 사회 환원 △고용과 일자리 창출 등이다.

두산은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다면,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5년간 면세점 영업의 이익으로 5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어 총기부금은 5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별도의 재원을 투입, 중소·중견기업 지원, 협력사 지원, 중견면세점 지원 등에도 투자한다고 전했다.

현재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 문제도 약속했다. 특허권을 잃어버린 사업장에서 나오는 인력을 최대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또 면세사업부 직원들을 전원 정규직화 시키고, 소외·취약 계층을 10% 이상 채용하겠다는 공헌도 밝혔다.

청년 고용이라는 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해 그 비율을 46%까지 맞추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 외에도 △기존 사업자와 거래하던 협력사를 최대한 이용, 협력사들의 비즈니스 손실을 최소화한다 △국내 브랜드를 매년 30개 이상 발굴하고, 면세점 통한 글로벌 판로 지원한다는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롯데도 신동빈 사재 털기

두산과 같은 날 사업전략 발표에 나섰던 롯데 측도 회장의 사재를 털어가며 ‘상생’을 외쳤다.

신동빈 회장 역시 1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다.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서다.

업계는 면세점 사업을 앞두고 사회공헌 측면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신 회장은 이 외에도 ‘상생 2020’으로 명명된 롯데의 사업전략을 직접 발표했다.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이 ‘상생 2020’의 큰 틀을 차지했다.

상생기금으로 1500억 원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빼놓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 등 면세점 입찰에 나선 기업들이 '상생'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SK네트웍스,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사활

SK네트웍스는 이미 사업 중인 워커힐과 함께 동대문 면세점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SK네트웍스는 8400억 원의 투자비 가운데 2400억 원을 ‘상생’에 쓰겠다는 파격적인 사업전략을 내놨다.

SK네트웍스가 발표한 11대 상생약속은 △온누리 상품권 고객사은품 지급(200억 원 규모) △올빼미 면세점 운영 △유망 신진 디자이너 발굴, 입점, 해외판로지원 △모바일원패스(지역상권정보) 구축·제공 △소상공이 무상 ICT솔루션 제공 △동반성장펀드&미소금융(600억 규모) △ 소상공인 자녀 교육·취업지원 △면세점 영업이익 10% 사회환원 △동대문 야경 업그레이드 △테마별 전통시장 관광명소화 △중국 현지 홍보 강화 등을 포함한다.

‘상생’에 얼마나 중점을 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동부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East Seoul/East Korea’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과 동대문의 잠재력을 활용, 뉴욕·파리 수준의 패션 문화 확립 의지도 내비쳤다.

SK는 이같은 비전이 이루어진다면 2020년 누적 매출 8조7000억 원, 경제유발효과 7조 원, 고용창출효과 6만7000명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 두산 맞서 ‘남대문시장’ 활성화

두산이 동대문 상권을 외쳤다면, 신세계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의 관광 인프라를 내세웠다.

신세계는 20년 숙원사업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그룹 역량을 총 집결하겠다며 의지를 내보였지만, 주요 골자는 비슷하다.

신세계는 해당 상권의 인프라 개선에 53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상생 비용을 5년간 2700억 원 내놓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은 명동과 남대문, 남산을 거대 관광타운으로 묶을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며 “도심 관광지를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남대문시장을 부활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외에 14만 명의 고용창출과 청년 패션디자인 창업가 발굴 등에서 기존의 기업들과 같은 맥락을 보였다.

사실 공약의 핵심은 △주변 상권 살리기 △고용 창출 △청년 디자이너 발굴 등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적게는 500억 원에서 많게는 2400억 원까지 투입해가며 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돈싸움’으로 변질된 대기업간 특허전쟁

업계 일각에서는 “대기업간 특허 쟁탈전이 ‘돈싸움’이 되고 있다. 사실상 돈 놓고 돈 먹기식 혈투”라는 비난까지 나오는 수준이다.

이쯤되니 ‘승자의 저주’ 논란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면세점 사업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내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면세점 특허권만 딴다고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초기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관광산업의 분위기에 따라 면세점 매출도 급격하게 변화한다.

메르스 등의 여파가 면세점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논리와 같다. 이미 엔저 현상 등으로 유커들의 관심은 한국보다 일본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비교해도 롯데를 제외하고는 100억 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에 황금알을 낳는다는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사실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며 “5년 후를 보고 적절한 공약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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