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논란]확정고시 앞둔 주말…거리엔 대학생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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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논란]확정고시 앞둔 주말…거리엔 대학생 물결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1.02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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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학생, 촛불·피켓 들고 '국정화 반대' 한목소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한국사 국정교과서 사태가 대학생들을 거리로 불러들였다.

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기간 종료를 앞둔 지난 마지막 주말, '국정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 대회'가 열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야잠(야구잠바)' 차림의 대학생 물결로 이들이 시위를 이끄는 모습이었다. 서울 청계광장 주변에 모인 수많은 대학생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선언과 함께 민주주의 퇴보와 역사의 역행 등에 대해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대학교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조직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대학생 연석회의(대학생 연석회의)는 지난 31일 오후 2시부터 대학 권역별로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용산구 전쟁기념관 등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이 오후 4시30분께 청계광장으로 집결하자 각 대학 깃발과 교표가 새겨진 '야잠'으로 거리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후에도 대학생들은 각기 자신이 속한 학교 깃발을 찾아 속속 대열에 합류했다.
 

▲ 지난달 31일 청계광장, 역사교과서 반대 시위 ⓒ 시사오늘

'헬조선 탈출전략' 세우던 청년세대, '국정교과서'에 거리로 나오다

"결혼도, 출산도 안 한다. 돈만 모으면 이민 간다." 취업난에 시달리며 ‘헬조선 탈출전략’을 세우던 젊은 세대가 국정교과서 사태를 맞아 거리로 나오고 있다. 국정화 사태가 대학생들의 거리투쟁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지난달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학생 18명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와 함께 대학가에 대대적인 국정화 반대 운동에 불을 붙인 것은 '대자보' 열풍이었다.

▲ 고려대·연세대 대자보 ⓒ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9일 고려대와 연세대에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이들 대자보는 '력사교과서 국정화는 우리공화국 인민의 시종일관한 립장' 등 북한식 말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반정부 입장을 드러냈다. 대자보를 찍은 사진은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퍼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일부에서는 청년세대의 외침이 대자보와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것이 소극적인 정치참여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는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학생들이 뜻을 모아가는 과정이지, 소극적인 자세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햄버거' '삼각김밥' 들고 시위대열에 참여

이날 오후 5시, 1차 행사가 마무리됐다. 그러자 주변에서 저녁을 챙겨먹기 위해 비슷한 색깔, 같은 교포가 박힌 야잠들이 각각 짝을 지어 흩어졌다. 이들이 끼리끼리 모인 곳은 청계광장에서 멀지 않은 패스트푸드점과 분식집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는 또다른 청년세대가 그들의 주문을 받았다.

'야잠' 청년들이 햄버거를 받아 서둘러 자리를 잡은 이후 그 뒤로 주문을 하기 위해 들린 것은 앳된 얼굴의 의경들이었다. 금방 전까지 서로 대치했던 청년세대가 다시 한 곳에 모인 셈이었다. 

▲ 청계광장 도는 의경들 ⓒ 시사오늘

오후 6시, '범국민 국정화 저지 대회'가 시작됐다. 흩어진 야잠 물결뿐 아니라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이 모였다. 그러나 그 중심에 앉아있는 것은 여전히 대학생들이었다.

대학생들은 주최측에서 나눠준 '역사쿠데타를 멈춰라' 피켓과 촛불을 들었다. 결연한 표정도 보였지만 '함께' 한다는 동지애가 느껴졌다. 서로의 야잠이 달라도 같은 구호를 외치고 삼각김밥과 감자튀김을 나눠 먹었다.

▲ 지난달 31일 청계광장, 촛불과 피켓 든 대학생들 ⓒ 시사오늘

각 대학 학생회는 이 자리에서 반대 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무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지금은 상식을 지켜내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투쟁하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준석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국정교과서에 대한 교육부 발표 이후 학내 학우들의 문의가 상당히 늘었다"며 "이에 총학생회장이 목소리를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손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도 "함께 하는 이가 많아질 수록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대학생 단체 등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대의 뜻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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