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논란과 '아버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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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논란과 '아버지' 그림자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1.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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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정희 전 대통령·김무성 대표 부친·황교안 총리 담화문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현대 사회에서 '아빠'는 친구처럼 친근한 이미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올초 종영된 <아빠 어디가>에 이어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를 부탁해> 등 지상 3사는 엄마 없이 아빠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4, 50년 전만 해도 전통적인 아버지상이 있었다. 산업화 시대의 중심에서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아버지는 자녀들도 함부로 다가서지 못하는 근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립기도, 두렵게도 느껴지는 이 아버지의 그림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전반에 등장했다.

우선 국정교과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박근혜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시행된 국정교과서는 역사왜곡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1974년 편찬된 이 교과서에는 5ㆍ16 군사정변이 '5월 혁명'으로 소개됐다. 또 1979년판 교과서에는 혁명공약 6항이 생략됐다. 6항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화 지지세력을 모으는 중심이기도 했다. 뉴라이트 학자들은 "좌편향된 형행 교과서가 보수 정권에 대한 공과를 균형있게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은 독재라는 수단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아야 되겠지만 대한민국 산업화를 성공시킨 위대한 전략가이고 지도자"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양당 대표의 부친 친일행적 찾기' 논란도 이어졌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 김용주 전 경북도의원이 친일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 대표는 발끈했다. 김 대표는 100페이지에 가까운 반박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경북 포항 영흥 초등학교를 찾아 "한국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교"라고 주장했다. 부친의 친일파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표 부친의 친일행적 의혹이 제기됐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9일 "문재인 대표의 부친이 '친일공무원이자 북괴군 상좌였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다"며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것임을 밝혔다.

3일 오전 황교안 총리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민 담화에서도 '아버지'의 모습은 나타났다. 황 총리는 국정화 방침을 확정 고시한 뒤 기자와의 질의문답 시간에 '올바른 교과서라고 하는데 올바르다는 것은 누가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교육부 주관으로 검증하고 또 웹 전시 등을 통해 국민과 함께 검증하겠다"고 답했지만 이 질문에는 '뼈'가 있었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올바르게' 고쳐나가기로 못 박았다. 단 1종의 국정교과서가 "자라나는 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시킬 수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꼭 전통적 아버지상과 부합한다. 국민과의 수평적 의견합의보다 수직적 일방통보이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그동안 내면에 곪아있던 이념갈등을 표면으로 꺼낸 것과 같다. 갈등은 즐겁지 않다. 그러나 야당의 한 인사의 말마따나 찬반여론을 제도적으로 승화시켜 합당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통치권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다. 국민은 '자식'이 아니다. 올바름과 그름의 판단은 국민여론에 기초해야 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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