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세 가지 정계 복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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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세 가지 정계 복귀 시나리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1.0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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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구원등판론, 야당 대권주자 연대론, 총선 후 대권도전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 뉴시스

손학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일 양승조·신학용 의원 등 ‘손학규계’로 평가되는 인사 2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고, 앞서 손 전 상임고문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키맵 대학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태도도 달라졌다.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꺼리던 이전과 달리 카자흐스탄에서 귀국한 지난 4일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통일에 대한 질문에 뚜렷한 의견을 밝혔다. 전남 강진에서 두문불출하던 손 전 상임고문이 태도 변화를 드러내자, 자연스럽게 정계 복귀설도 피어오른다.

정치권에서는 손 전 상임고문의 정계 복귀 시나리오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총선 구원등판론’이다. 야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소방수‘로 거론됐던 그가 내년 4·13 총선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손학규 대표께서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시는 것은 정말 반갑고 기다리는 일이다”라며 손 전 상임고문의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손 전 상임고문이 새정치연합으로 복귀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다시 불쏘시개가 돼 달라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는 김부겸 전 의원의 말처럼, 대권을 노리는 손 전 상임고문 입장에서 총선 전 새정치연합 복귀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손 전 상임고문 자신이 “(역할론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총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확실한 거부 의사를 보인 만큼, 그가 총선 전 정계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야당 대권 주자들과의 ‘연대론’이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모두 손 전 상임고문의 힘을 필요로 한다. ‘친노’의 이미지가 강한 문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해,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지지율이 밀린 안 의원은 상황 반전을 위해 손 전 상임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손 전 상임고문 입장에서도 문 대표와 안 의원의 힘이 필요하다. 대학 교수와 장관, 도지사, 국회의원, 당 대표를 모두 거친 그는 지난 10월 한 언론에서 조사한 <대권주자 리더십> 순위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국정 운영 능력과 행정 능력을 인정받는 인물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손 전 상임고문을 “내가 아는 정치인 중 대통령을 하면 가장 잘 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 전 상임고문은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표처럼 확고한 지지 기반도, 안 의원처럼 ‘바람’을 일으킬 만한 신선함도 없기 때문이다. 야당 대권 주자들과의 연대론은 이런 약점에서 기인한다. 즉, 손 전 상임고문이 직접 대권에 도전하기보다는, 문 대표나 안 의원과의 ‘러닝메이트’로서 정권 교체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흥미를 끄는 것이 개헌론이다. 손 전 상임고문은 지난해 초 신년 메시지를 통해 “합의제 민주주의는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개편할 때 제도적으로 완성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손 전 상임고문의 생각이 의원내각제 혹은 분권형 대통령제라면, 문-손, 문-안 연대는 결코 허무맹랑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다만 이미 개헌 타이밍이 지나간 상황에서 손 전 상임고문이 ‘불확실한 카드’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대표적인 ‘개헌파’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3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에서 “선거가 없었던 작년이 개헌의 적기였다”며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은 개헌 논의가 어려워진 시기”라고 말했다. 손 전 상임고문이 연대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에는 제도적·시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손 전 상임고문이 정계 개편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 총선 이후로 복귀 시점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 대권을 노리는 손 전 상임고문이 굳이 총선에 나서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개헌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문 대표와 안 의원을 돕는 형태로 복귀할 가능성도 높지 않은 까닭이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총선 이후 정계 개편이 활발해지는 시점에 복귀, 대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 전쟁이 치열한 새누리당도, 친노계와 비노계의 갈등이 임계점을 넘은 새정치연합도 총선 이후 당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란 과정에서 손 전 상임고문은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를 것이고, 가장 유리한 입지를 가진 상태에서 정계로 복귀,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손 전 상임고문측의 한 관계자는 “손 전 상임고문은 총선 이후 여야가 계파별로 분열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것을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상황이 온다면 손 전 상임고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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