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박 연대', 野 대권주자 3인 '동상삼몽(同床三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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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박 연대', 野 대권주자 3인 '동상삼몽(同床三夢)'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1.11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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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박원순, 진짜 속내는 '대권 시나리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자기 자신과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 3인이 한 데 뭉쳐야 20대 총선 승리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의 연대 제안을 받은 두 사람의 반응은 엇갈렸다. 안 전 대표는 "내가 요구한 혁신안에 문 대표가 답하지 않는다면 연대는 불가능하다"며 '조건부 거부' 의사를 밝힌 반면, 박 시장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를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어찌됐든 세 사람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연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겉으로는 '총선 필승' 구호를 앞세우면서 속으로는 각자 '대권 시나리오'를 품고 서로를 견제하는 눈치다. 세 사람이 '동상삼몽(同床三夢)'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위부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 뉴시스

문재인의 속내

문재인 대표는 당대표 자리에 오른 이후 줄곧 대권만을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취임 직후 첫 일정부터 그랬다. 문 대표는 2·8 전당대회 다음날 야당 대표로서는 최초로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와의 3자 회동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미이행을 강한 어조로 질책하면서 '48%의 대통령' 이미지를 한껏 과시했다.

당시 문 대표의 지지율은 다른 차기 대권주자들을 압도했고, 새정치연합의 지지도 역시 급상승했다. '당대표 행보' 대신 '대권 행보'를 택한 전략이 먹히는 듯 했다.

하지만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문 대표의 기세는 크게 꺾였다. 비주류가 '문재인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사퇴론'도 이때부터 흘러나왔다.

문 대표는 그럼에도 대권 행보를 거듭했다. 그는 지난 8월 16일 광복절 7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뜬금없이 '한반도 신(新) 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다. 당 실무진조차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당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당대표가 어려움에 빠진 당을 수습하기는커녕 자신의 '대권 플랜'을 소개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민심도 잃었다. 문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3위로 크게 하락한 시점이 바로 이때다.

10·28 재보선 패배는 문 대표에게 뼈아팠다. 국정교과서라는 야권에 유리한 조건 속에서 단 2석밖에 건지지 못했다. 사전투표조차 완패했다. 비주류 측은 '문재인 체제'로는 20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 문 대표의 대권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문 대표는 11월 초 '문재인-안철수-박원순 3자연대' 카드를 빼들었다. 야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 3인이 참여하는 '통합기구'를 꾸려 비주류의 공세를 희석시키면서 '문재인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문 대표는 대권 욕심도 빼놓지 않고 에둘러 드러냈다. 그는 지난 4일 JTBC<뉴스룸>에 출연, "내년 총선 결과에 나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정치적인 역할이 거기까지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총선에서 승리할시 대권가도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에게 손을 내민 것 역시 '문재인 대권행보'의 일환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향후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가 될 두 사람을 자기 휘하에 놓는 듯한 구도를 구축해, 대권가도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리더십 논란을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부산 영도 출마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배경에 문 대표의 의중이 깔려있다는 말도 돈다. 얼마 전 <중앙일보>의 오보는 문 대표 측에서 여론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일부러 흘린 것이라는 후문이 있다.

안철수의 속내

안철수 전 대표는 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을 '조건부 거절'했다.

그는 지난 10일 명지대학교에서 공정성장론을 주제로 강연을 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연대가 가능하겠느냐"며 "내가 요구한 10가지 혁신안에 대해 (문 대표가) 답을 하지 않는다면 연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3자연대가 문 대표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데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주 기자와 만난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문 대표와 잔뜩 대립각을 세우고, 비노(비노무현)계와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는 마당에, 안 전 대표가 누구 좋으라고 3자연대에 끼겠느냐"며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주도하는 기구에는 참여하는 게 탐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문 대표와 박원순 시장은 안 전 대표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사람들이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박 시장에게는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바 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문 대표의 제안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강변하는 꼴'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호남 민심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표에게 혁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호남 민심 이반에 대해서도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와 친노계에 대한 호남의 반감을 이용해 호남의 지지를 얻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문 대표가 제안한 3자연대에 들어가게 된다면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된다.

안 전 대표가 거절한 배경에 당권에 대한 욕심이 깔려있다는 말도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말 같은 당 권노갑 상임고문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가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혁신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과정에서 김한길 등 당시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지분 배분'을 약속받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전략공천으로 인해 7·30 재보궐선거에 패배하면서 '약속'은 자연스레 없던 일처럼 돼 버렸다.

그 결과,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는 송호창, 권은희 등을 제외하고는 '안철수계'라 불리는 인사를 찾기 어렵다. 공천권을 행사할 힘이 없으니 안 전 대표의 뒤에 아무도 줄을 서려 들지 않는 것이다. 계파 없는 정치인의 설움을 겪은 안 전 대표로서는 당권을 다시 한 번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문 대표가 비주류의 공세를 못 이겨 사퇴하고 '안철수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다면, 안 전 대표는 상당한 당내 입지를 일거에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주춤했던 대권가도를 추스르는 데에도 큰 힘이 된다. 결국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의 3자연대 제안을 거절한 궁극적인 이유는 자신의 '대권 시나리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의 속내

박원순 시장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모두에게 '양다리'를 걸쳤다. 문 대표도, 안 전 대표도 절박하게 자신의 도움을 갈구하고 있는 입장임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박 시장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두 사람과의 스킨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9월 박 시장은 안 전 대표가 주최하는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에 참석, 안 전 대표를 비롯해 박영선, 김한길 등 비주류 대표 인사들과 환담을 나눴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조형 창업지원·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 참석한 문 대표와 만나 "문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였다"며 친분을 강조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박 시장이 '아시아미래포럼'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기념 촬영 때 문 대표의 옆자리를 피하려는 안 전 대표에게 팔을 뻗어 끌어오려고 했다는 후문이다.

박 시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할 수 있다면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가교 역할 정도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진짜 의중은 '가교'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박 시장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긴 하지만, 향후 치러질 당내 대선 경선을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당내에 '자기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차기 총선에서 '박원순계'를 원내에 입성시켜야만 한다. 박 시장이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에게 손을 뻗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박 시장은 기동민, 임종석, 권오중, 장백건 등 서울시 출신 인사이자 자신의 최측근들을 내년 총선에 내보내려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총선 출마를 독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문재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20대 총선 공천이 친노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반면, 문 대표가 총선 전에 사퇴할 경우에는 자연스레 비주류가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안 전 대표는 당내에서 비주류의 얼굴마담 역할을 맡고 있는 인사다. 박 시장이 '양다리'를 걸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표의 3자연대 구성 제안은 박 시장에게 분명 호재다. 문 대표, 안 전 대표와의 스킨십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고, 당내 인사들과의 소통도 전보다 긴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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