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임, “통일은 비정상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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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통일은 비정상의 정상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1.13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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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66)>“북한 급변사태 시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 통일 지원하도록 설득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옥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 시사오늘

지난 10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는 제18대 국회의원이자 올해 6월까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을 지낸 정옥임 전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전 의원은 여권에서 손꼽히는 통일 전문가답게 이 주제로 90분을 알차게 채웠다.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할까요?”

그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셨지만, 통일이 어떤 부담을 줄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고민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전 의원은 남북통일을 ‘비정상의 정상화’로 규정했다. 앞서 통일을 이룩한 독일과 달리, 한반도는 분단 자체가 비정상적인 과정이었다는 진단이었다.

“우리의 통일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독일 통일 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 1945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패전국 독일이 승전국 연합군에 의해 분단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라면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분단됐어야 합니다.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이 패전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반도가 갈라졌습니다. 미국의 정치적 의도였든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편의였든 간에, 우리는 분단돼서는 안 될 민족이었음에도 당시 국제정치상황이 분단을 강요했던 것입니다. 통일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또 독일은 1871년 비스마르크에 의해 통일되기 전까지 원래 한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5000년의 역사가 통일의 역사였습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이 우리에게 너무 많은 역사의 질곡을 강요한 것입니다.”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한 그는 독일 통일과 한반도 통일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우리가 독일과는 다른 통일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독일 통일과 비교해서 우리의 통일 시나리오를 상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막연한 생각입니다. 당시 동독과 지금 북한은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틈날 때마다 ‘우리는 동독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흡수 통일에 대한 북한 권력자들의 위기의식과 강박관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독일식으로 통일하는 데는 많은 장애가 있을 거라는 방증입니다.”

“또 독일이 통일될 때는 동독에 핵무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세 차례의 핵실험을 했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독을 관리하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흡수된 동독은 북한보다 훨씬 잘 살았던 나라입니다. 그 당시 공산주의권에서 가장 잘 살았던 나라가 동독이었습니다. 또 당시 동독에는 시민사회가 존재했습니다. 국가의 대척점으로서의 시민사회는 국가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세력입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체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동독과 북한의 차이를 설명한 그는 북한이 지닌 독특한 상황을 조명하며 ‘독일식 통일’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강조했다.

“북한은 체제에 도전해본 경험 자체가 없는 나라입니다. 북한 이전에는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강력한 군국주의가 조선을 억압했고, 그 전에는 조선왕조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한 번도 국가라는 체제에 도전해본 경험이 없는 것입니다.”

“군부 쿠데타의 가능성도 낮습니다. 우리나라 군부 쿠데타의 주역은 육군사관학교 군부엘리트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육군사관학교와 비교될 수 있는 엘리트 집단이 없습니다. 군부의 세력화를 막기 위해 철저히 군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북한이 가뭄과 홍수로 국제 사회에 손을 내밀었을 때,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의 공안체계와 질서는 철저히 유지됐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정권이 북한입니다. 그렇게 간단히 무너질 정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독일 통일처럼 그런 식의 통일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정 전 의원은 ‘급변 상황’이 북한 붕괴의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분석한 뒤, 이에 대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우리나라의 10·26처럼 우발적인 사건으로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 급변 상황이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주변 강대국들이 통일을 지원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들 중 우리의 통일을 달갑게 여기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핵무기나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싶어 하는 미국은 우호적일 수 있겠지만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필요로 하므로 통일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UN 동시 가입이 국제법상으로 남북통일의 장애가 됐음을 지적하면서도, 당시 상황이 예외적이었음을 설명하며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정권 붕괴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하나로 마음을 모아주기를 당부했다.

“1948년 UN 결의를 통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가 됐습니다. 하지만 1991년 남북한 UN 동시가입이 이걸 무너뜨렸습니다. 한국과 북한이 똑같은 국가로서 UN에 가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때 예외적인 상황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UN에 가입할 때는 한 국가 당 결의 하나가 통과됩니다. 남북한이 동시에 가입했으니 두 개의 결의가 통과돼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결의는 하나만 통과됐습니다. 두 나라는 통일을 앞둔 나라이기 때문에 동시 가입은 허용하나 결의는 하나만 통과시켰던 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대목입니다. 북한에서 급변 상황이 일어났을 때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국민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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