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7②] 反국정화 청년시위, "터질 게 터졌다"
[응답하라 1987②] 反국정화 청년시위, "터질 게 터졌다"
  • 오지혜 기자·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1.15 09: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 연석회의' 총학생회 및 대학연합 '청년하다' 인터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정진호 기자)

▲ (첫줄) 홍익대 심민우·한양대 박종진·서울대 주무열 총학생회장·

<시사오늘>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년세대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 중심에는 대학교 총학생회와 대학연합 단체로 이루어진 '대학생 연석회의'가 있었다. 본지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서울대 주무열, 성공회대 이동제, 성신여대 한연지, 한양대 박종진, 홍익대 심민우 등 총학생회장과 2030 청년정치공동체 '청년하다' 정태호 고려대 지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생 연석회의 모체인 '사이다(사립대학 이대로는 아니된다)'는 대학구조 개혁을 위해 모인 서울권 19개 사립대학 총학생회 모임이다. 지난달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거세지자, 사이다 내에서 대학 총학생회 중심으로 공동대응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각 대학이 국정화 문제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던 중이었다. 우선 서울권 총학생회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자는 목표로 지난 10월 12일 연석회의가 발족됐다.

한편 대학연합 단체 청년하다는 취업문제 등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하다 고려대 지부는 국정화 논란과 관련, 학생회 및 교내 다수 단체와 함께 반대서명과 더불어 대자보전 등을 진행했다.

이하는 인터뷰 내용이다.

-국정화 반대 시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박종진(한양대): "2000년대 들어서 총학생회에 탈정치 바람이 불었지만 기본적으로 대학도 사회 안에 존재하는 만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화 문제 역시 우리 사회 전체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동제(성공회대): "지난달에서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접했다. 확정고시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반대 운동에 참여하면 될까 고민하던 차에 연석회의에서 제의가 왔다."

주무열(서울대): "이례적으로 학우들의 요청이 있었다. 총학생회가 당연히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정태호(청년하다): "국정화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고려대 학생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합치자는 의견이 나왔고 한국사 저지 고려대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청년하다도 여기에 참여하게 됐다."

-국정화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데 교내 불만의 목소리는 없나.

박종진(한양대): "불만의 목소리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은 지난 1년간 있었던 학생회 활동 중 학우들의 지지가 가장 높다."

한연지(성신여대): "전체적으로 국정화에 분노하고 있는 분위기고 총학생회가 앞장서서 행동해주길 원하고 있다. 지난 9일 성신여대에서는 비상학생총회를 열어 국정화에 반대하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정태호(청년하다): "국정화 문제에 있어서는 대다수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반대 서명을 보면 2, 3주 만에 7300여명의 학우가 자발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다. 고려대 전체 학생 수가 2만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비율이다." 

심민우(홍익대): "국정화에 찬성하는 학생들이 학내 커뮤니티와 SMS를 통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정화 찬성 의견을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가는 분위기를 방조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학생회장으로서 교내 여론을 수렴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익대와 숙명여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학생회는 지난 10월 27일을 기점으로 국정화 반대 공동행동에 대한 참여의사를 철회했다. 홍익대는 그러나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내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세대가 유독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국정화 관련 청년세대의 반응이 유독 뜨거운 이유는.

한연지(성신여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노동개악 등을 통해 이번 정권에 대한 분노가 지속적으로 쌓였다고 생각한다.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박종진(한양대): "지금까지 청년들이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개인 노력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헬조선·수저계급론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경제적 부담과 취업난 등이 더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깨달은 것 같다. 이런 시기에 마침 교과서 문제가 터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나 싶다."

심민우(홍익대): "우선 임기내내 부실했던 정부의 의사소통 노력에 대한 불만이 터졌다고 생각한다. 또 역사라는 주제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주장이 허무맹랑했다. 결국 본질은 역사교육의 '다양화 대 획일화'인데, 정부가 제시하는 근거에 약점이 너무 많다."

주무열(서울대): "학생은 배우는 게 일인데 그 도구인 교과서를 손댄다고 하니 반응도 큰 것 같다."
 
-지난 여름,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청년일자리 양산'을 슬로건으로 걸었다. 최근 취업난을 생각하면 이 사안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도 높아야 하는 게 아닌지 싶다.

정태호(청년하다): "노동개혁 사안은 정부의 선전이 매우 교묘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자리를 나눠 자식이 취업할 수 있다는 왜곡된 선전이었다. 또 임금피크제라는 단어 자체에도 일자리를 나눈다는 긍정적 뉘앙스가 있다보니 여론이 호도된 경향이 있다. 또 대학생들은 아직 사회에 나가지도 못한 상태 아닌가. 현재 직장인들보다는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동제(성공회대): "총학생회 단위에서 말하자면 사회현안에 목소리를 낼 때 정당과 연결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이 경우 학우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노동개혁 문제는 정당 쪽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면도 있어 학생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한연지(성신여대): "우리 삶에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생존권과 관련된 '노동개혁'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양산법인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대학생들의 국정화 저지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정부는 확정고시를 발령했다. 청년시위의 흐름도 곧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관측이 우세했다.

-확정고시 발령과 함께 국정화 철회 가능성이 낮아졌다. 모처럼 뜨거웠던 청년세대의 호응도 곧 사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주무열(서울대): "고시 확정이 되면서 가라앉는 면이 있다. 하지만 내가 속한 공동체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규정하는 훈련이 됐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청년시위의 불씨가 꺼졌다고 좋아한다면 오판이다. 지금 당장 터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

박종진(한양대): "현실적으로 국정화를 막기 어렵겠지만 패배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이번 문제를 계기로 사회 현실에 대해 자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얻은 것이 많다."

정태호(청년하다): "일부 무력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싸워나가야겠다는 분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고려대 정경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복종 운동'만 봐도 그렇다. 게시판에 여전히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박종진(한양대): "국정교과서 문제는 물론이고 여러 청년의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

이동제(성공회대): "오는 14일 '민중총궐기'는 국정화 문제를 포함한 청년의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다. 여러 주체가 모이는 만큼 큰 무대가 될 것이다. 일반 학생들 참여도 많을 것이라 기대한다."

정태호(청년하다): "이번 총궐기에는 노동자부터 농민, 빈민, 시민단체, 대학생까지 여러 층의 국민들이 모인다. 청년하다도 여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우리 자신들과 맞닿아있는 청년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여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청년세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민우(홍익대): "정치·사회 현안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주의는 탈피해야 한다. 사안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

박종진(한양대): "대학생들이 모든 것을 개인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구조가 잘못된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주무열(서울대): "지금 정치인들 대부분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정계에 진출한 사람들이다. 이번 국정교과서 문제는 그들이 우리 세대를 챙겨줄 수 없고, 또 우리 세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이런 경험을 축적해서 밀고 나가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나슬 2015-11-16 08:41:31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막연히 반대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국정화를 하게되면 국가에서 지정한 교수들이나 연구진들이 교과서 발행을 맡을텐데 이는 역사내용을 단일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면 좌향이든 우향이든 한 쪽으로 편중된 사람들이 집행을 맡을 수 있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