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7③] "청년의 정치 참여가 세상 바꿀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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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7③] "청년의 정치 참여가 세상 바꿀 거라고 믿어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1.15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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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광화문 농성 현장을 가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지난 9일 광화문에서 시위하던 김남민 씨(왼쪽), 이승헌 씨 ⓒ 시사오늘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책 <88만원 세대> 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그러나 그 동안 젊은 세대는 ‘투쟁’을 외면해왔다. 거리로 나서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세상에 잘 적응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계기로 ‘뿔난 젊은이’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광화문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전국 대학생 공동행동은 젊은 세대의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거센 반대를 무시하고 정부가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한 지난 3일 이후에도 광화문에서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죽였습니다.“

미세먼지가 거리를 뒤덮었던 지난 9일 오후, 광화문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하는 한 청년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영정(影幀) 모양의 피켓에는 '정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죽였습니다'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처음에는 국정교과서가 뭔지 자세히 몰랐습니다. 검색해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다음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뭔지를 정확히 알게 됐죠. 그제야 '이건 아니다' 싶어서 거리로 나서게 됐습니다.“

대학 졸업 후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남민 씨는 국정교과서 논란이 있었을 때도 '또 정치인들이 싸우는 구나'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뒤,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XXX들이 뭘 안다고 데모야 데모가. 이만큼 먹고사는 게 누구 덕분인데.“

김 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한 할아버지가 욕설을 내뱉으며 옆을 지나갔다. 김 씨는 시위 과정에서 가장 힘든 일이 '마음고생'이라고 털어놨다. 몸도 힘들지만, 여러 단체나, 또 지나가던 어르신들로부터 폭행이나 언어폭력을 당할 때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보름 동안 시위를 하면서 피켓도 많이 부서졌어요. 의견이 다르면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해서 합치점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이 역사를 살아왔다'고 하시면서 젊은 사람들의 말은 듣지 않고 무조건 폭력이나 욕설로 해결하려고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어르신들의 행동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내가 옳다'가 아니라, 대화와 토론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 씨의 옆에는 앳된 얼굴에 뿔테 안경을 쓴 대학생이 '역사왜곡 한국사 국정화 중단'이라는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대학교 2학년이라는 이승헌 씨는 그동안 다양한 사회 현안에 침묵하던 젊은 세대가 거리로 나온 이유를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자신부터가 그렇다고 말했다.

"드디어 분노가 폭발한 것 같습니다. 정치 현안에 관심은 많았지만, 저도 직접 행동을 했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국정화를 계기로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유독 국정화 이슈에 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삭이고만 있던 분노가 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젊은 세대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독려하며 '희망'을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 수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던 것은 '가만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해경이, 어른들이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자리를 지켰는데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대학생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활발히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고 믿고, 그것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희망으로 거리에 나선 것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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