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 진실게임만 남긴 민중총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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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의 진실게임만 남긴 민중총궐기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1.1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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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선동 및 구호…역풍만 있을 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현장 ⓒ 뉴시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대규모 시위인 '민중총궐기'가 열렸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쌓여왔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만큼 세간의 이목도 쏠렸다. 그러나 결과는 '과잉'의 진실게임만 남겼다.

민중총궐기에는 13만여 명(경찰추산 7만여 명)이 참여,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 시위였다. 투쟁본부는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졌다.

여러 단체가 모인만큼 요구 내용도 다양했다. 농민층에서는 쌀 수입 중단을, 노동자층은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반대를, 학생층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외쳤다. 현장까지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그 외침을 '이해'했다. 박근혜 정부의 의사소통 능력 결여는 여러 번 지적됐던 바다.

문제는 민중총궐기가 그 과정에서 결국 대중의 정서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이다.  

우선은 폭력시위로의 변질 문제다.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당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와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넘어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질테니 두려워 말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고 시위를 주도했다.

한 위원장이 언급한 '모든 책임'에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안전도 포함됐는지 묻고 싶다. 당시 총궐기에는 민주노총뿐 아니라 여러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개중에는 대학생도, 어르신도 있었다. 참가자 백남기 씨(70)는 경찰의 직사살수로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진격'을 주문한 '리더'로서 이같은 피해는 예측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얼마전 만난 한 대학교 총학생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집회참여를 두려워하는 일부 학생들도 이해한다"면서 "집회에 온다면 최대한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민중총궐기는 노동개혁부터 역사교과서, 쌀값까지 나름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시위였다. 하지만 남은 건 '과잉진압'인지 '과잉시위'인지의 진실게임 뿐이다. 

이날 시위에서는 '종북'이 다시 출현하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여러 번 구호가 바뀌더니 '이석기 석방'까지 나왔다.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와 '범민련 남측본부'는 투쟁본부에 이름도 올렸다. 이 둘은 과거 법원에서 이적(利敵) 단체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종북세력이 애써 만들어진 집회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슬쩍 집어넣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 사태가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최초로 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석기 당시 통진당 의원이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은 여파였다.

당 해산에 대한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당시 국민은 '경악'했다. 정치인들의 '말 놀이'에 불과한 줄 알았던 '북한 지령'과 마주친 순간이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도 종북 프레임이 등장했다. 문제는 이번 시위에 나타난 '종북'들이 정부·여당의 이런 종북 프레임을 돋보이게 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그네들의 시위 참여가  정부·여당을 도와주는 셈이 됐다. 

이 가운데,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일부 폭력·종북 참여에는 아무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에서 '낡은 진보' 타파를 외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안 의원측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시위는 박근혜 정부의 오만한 국정운영 탓"이라면서도 "폭력시위·과잉진압에 대한 사실확인이 되지 않아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은 엄청난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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