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1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도정질문에서는 원희룡 지사(새누리당)를 향한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날선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세간의 관심은 원 지사가 이 자리에서 과연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입장을 피력할지에 쏠려있었는데요.

하지만, 원 지사는 이에 대해 끝내 침묵을 지켰습니다. 다만, 자신이 국정교과서 논란에 왜 입을 굳게 닫고 있는지, 그 배경을 소상하게 설명했습니다. 그의 이날 발언을 살펴보겠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게다가 정치권과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제2공항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영남권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국정교과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발목 잡지 말아 주십시오."

(2015년 11월 1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 원희룡 제주지사)

국정교과서 문제는 원 지사의 말대로 도정과 직접 연관이 없는 사안입니다. 원칙적으로 이번 문제는 '지사'가 아닌 '교육감'이 목소리를 내는 게 옳습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사회적 위치를 감안했을 때 "입장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는 발언까지는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일견 타당하고 탄탄한 논리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제2공항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영남권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부연 설명은 이 같은 논리에 힘을 더욱 실어줍니다. 공항 건설은 국책 사업입니다. 국책 사업의 예산은 대부분 중앙정부에서 지원해 주기 마련입니다. 이런 마당에 '제주지사'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고 정부여당에 대놓고 반목하는 게 도정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제주 발전을 위한 원 지사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 또 있습니다.

원 지사는 여권 내 원조소장파 '남·원·정(남경필·정병국·원희룡)' 가운데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찬반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평소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가던 정치인 답지 않다는 공세에 시달렸지요. 이번 사안에 침묵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포기한 겁니다.

더욱이 우리 정치권에서 도지사·광역시장직은 대권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통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행사할 권한이 있는 데다, 원내와 적절히 거리를 두면서 각종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효과적으로 피력할 수 있으니까요.

원 지사가 만약 국정교과서 찬반 여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면, '역시 새누리당의 소장파다', '차기 대권 주자 답다'는 찬사를 받았을 수야 있겠지요. "나는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는 남경필 경기지사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것처럼 제주도정에는 분명 '마이너스'였을 겁니다.

정말 궁금하긴 합니다. 원 지사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찬성일까요, 반대일까요. 이와 관련해, 그의 17일 발언을 하나 더 덧붙여봅니다. 해석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맡깁니다.

"제주가 정부와 협력해야 할 사안이 쌓여있습니다. 정치 쟁점에 도지사를 끌고 가려는 의도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제주 4·3 사건에 대한 기술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때 대응하겠습니다.

김 의원께서는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가 되지 않아서 아쉽습니까?"

(2015년 11월 1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김용범 도의원의 도정질문에 대한 원희룡 제주지사의 답변)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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