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블랙프라이데이의 明과 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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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블랙프라이데이의 明과 暗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5.11.19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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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수진 기자)

지난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매출을 올렸던 유통가에서 연일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소비자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이나 해외직구를 통해 큰 폭의 할인에 익숙한 청장년층은 이월 상품의 할인 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반면, 오프라인 쇼핑에 익숙한 중장년층은 가격에 만족한다며 환영의 내색을 드러냈다.

▲ 롯데백화점은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6일까지 17일간,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이어 대규모 행사를 실시한다. ⓒ롯데백화점

지난달 1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경제적효과 분석에 따르면 같은 달 1~14일 실시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주요 백화점·대형마트 등 22개 참여업체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7194억 원이 늘었다. 이는 20.7%가 증가한 수준으로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 증가액이 가장 컸다.

우선 백화점의 매출액을 보면 2669억 원(24.0%)이 늘었고 G마켓·11번가 등 11개 온라인쇼핑몰은 28.9%가 증가한 216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의 경우는 36.3%가 늘어난 16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매출의 경우는 3.6% 증가한 357억 원,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전자제품 전문점도 20.9% 상승한 353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메르스 여파로 소비심리가 움츠러들면서 매출을 올리지 못했던 유통가에서는 이 같은 매출 신장에 최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막론하고 각종 할인 행사를 진행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6일까지 17일간,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이어 대규모 행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참여하지 않았던 남성패션 ‘빈폴’, 가전 ‘다이슨’, ‘헬러’, 구두 ‘바바라’, ‘빅토리아’, 영캐주얼 ‘스타일난다’ 등 120여 개 브랜드가 새롭게 참여해 총 780여 개 브랜드가 세일을 진행한다. 특히 지난 10월 정부의 주도로 진행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보다 참여 브랜드가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일이 될 예정이다.

또한 여성패션, 남성패션, 생활가전 등 전 상품군에 걸쳐 1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해 200여 품목, 100억 원 물량의 ‘노마진(No-margin)’ 상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인다. 마진이 없어진 만큼 고객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앞서 롯데는 ‘코리아 광군제’를 테마로 ‘롯데닷컴’, ‘롯데아이몰’, ‘엘롯데’ 등 3대 롯데백화점 온라인몰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도 진행했다. 화장품, 영패션, 레저, 스포츠 등 전상품군의 200대 인기 아이템을 30~80% 할인된 가격에 준비했으며 물량 규모는 150억 원 수준이다.

롯데마트도 자체 브랜드(PB) 제품 할인을 통해 행사에 뛰어들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8일부터 지난 14일까지 100여 개 주요 PB 상품에 대해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우유, 키친타올, 덕다운 조끼 및 점퍼 등의 제품을 동일 품목 2개 구매 시 10%, 3개 이상 구매 시 20% 할인 판매했다.

신세계사이먼 여주·파주·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은 민간 협력으로 진행되는 ‘K-Sale Day (K 세일데이)’를 기념해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총 11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 특별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기존 아울렛 가격(25~65%)에서 최대 30% 추가 할인한다.

이와 함께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0일부터 여성 의류, 남성 의류, 잡화, 스포츠, 아동 등 패션장르에서 100여개 상품, 생활·식품에서 100여개 상품, 총 200여개 상품을 초특가로 선보인다. 특히 여성의류·스포츠·잡화·생활 등 30여개 브랜드들의 할인폭도 최대 40%까지 끌어올렸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4일까지 직매입으로 운영하는 브랜드 MD(상품구성) 브랜드의 할인율을 최고 90%까지 확대했다.

또한 지난 8일까지 3일간 영등포점 A관 6층 이벤트홀에서는 ‘아웃도어 다운패딩 특집전’을 선보였다.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K2, 컬럼비아, 마운틴하드웨어, 아이더, 몽벨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가 참여해 인기 패딩 제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5일간 코엑스(COEX) 전시관에서 350억 원 규모의 할인행사 ‘푸드&리빙페어’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현대백화점 개점(1985년 압구정본점 개점)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판매 행사로 축구장 1개 크기인 코엑스 전시관(6,612㎡)을 통째로 빌려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행사에는 250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행사 품목은 남녀패션·스포츠·잡화·가정용품부터 식품을 포함한 백화점 전 상품군이다. 할인율은 여성·남성 패션 40~80%, 영패션 50~70%, 리빙&가전 30~60% 등 기존보다 10~20% 할인율을 높였다.

지난 8일까지 현대백화점은 패딩, 모피, 겨울 골프웨어 등 아우터(겉옷)를 할인 판매했다. 압구정본점은 5층 대행사장에서 '멘즈 겨울 아우터 제안전'을 통해 패딩 등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였다. 이탈리아 편집숍 비슬로우, 앤드류앤레슬리, 쟈딕앤볼테르 등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업계의 이런 행사에 온라인이나 해외직구보다 오프라인 쇼핑에 익숙한 중장년층은 기쁜 내색을 드러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할인 매장이 김포, 파주, 여주 등 멀리 있어 한번 가기 쉽지 않은데 반해 이번 행사들은 교통이 편리한 도심 내에서 진행돼 접근성이 좋다는 평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김씨(55세)는 “우리 세대는 신상품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월 상품이라도 품질과 디자인이 좋다면 얼마든지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이씨(60세)도 “겨울 아우터의 경우 이름 있는 브랜드는 가격은 너무 비싸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이월 상품 가격에 더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좋다“며 ”파주나 김포의 경우 마음먹고 구매하러 가야하지만 일산이나 코엑스 등은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여서 더 좋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해외직구를 통해 큰 폭의 할인에 익숙한 청장년층은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는 물론 각종 할인행사는 별 매력이 없다는 평가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평소 인기 있는 제품들을 대량 세일 품목에 이름을 올리지만 우리나라는 이월 상품 또는 비인기 제품만 크게 할인해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씨(27세)는 “아울렛에서 파는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신상품의 경우 할인 폭이 10%내에서 그치고 대부분 이월상품이어서 미국이나 중국에서 진행하는 블랙프라이데이와는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는 회사가 삼성 등 제조업체가 아닌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체가 행사에 참여할 경우 자사 제품을 원가로 유통업체에 공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유통업체는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유통업체만이 이번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마진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어 소비자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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