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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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1.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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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가란 무엇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가주의 국가론은 국가의 목적을 ‘외부의 침략과 내부의 무질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자유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자유주의 국가론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내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은 자유주의 국가론을 정확히 대변합니다.

기자는 두 가지 국가철학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두 가지 주장과,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 모두가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강요하지 않고 포용할 때 실현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두 가지 국가철학을 모두 존중하려면 국가주의를 배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주의는 국가주의를 포용하지만, 국가주의는 자유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것은 ‘국가를 위해 다른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국가주의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때문에 기자는 국가주의가 전면에 등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는 말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삼는 나라에서 자유를 침해할 수 있음을 전제하는 국가철학은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국가주의는 기본적으로 ‘강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8일, 여당의 한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인권침해를 할 리도 없겠지만, 설사 그런 여지(인권침해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훨씬 큰 가치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인권침해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말을 살짝 비틀면, 이와 같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침해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

걱정이 됩니다. ‘국가를 위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너무 자주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개인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국가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곧 국가주의입니다. 국가주의는 ‘국가를 위해’ 자유주의를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어쩌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쯤은 국가를 위해서, 저것쯤은 국가를 위해서. 기자는 요즘 궁금합니다. 국가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국가를 지향하며 살아야 할까요?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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