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진보진영이 말하는 남북관계 개선은 허상"
스크롤 이동 상태바
장기표 "진보진영이 말하는 남북관계 개선은 허상"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1.24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67)>"현 단계에서 합의통일은 불가능…흡수통일이 정답"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 시사오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몇 십 년 전만 해도 통일 가곡이 널리 불릴 만큼 우리 사회에서 남북통일은 '당연한' 꿈이었다. 그러나 2008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래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됐고 통일은커녕 교류사업도 번번이 무산됐다. 분위기가 전환된 것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주창하면서다. 이와 함께 북한을 원수처럼 여기던 보수언론에서도 통일 관련 기획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지난 17일 국민대학교 북악포럼을 찾아 지금이야말로 '통일의 적기(適期)'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정책에 관해서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에 대한 '감'이 있는 거죠. 지금이야말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장 대표는 강연 앞머리에 이같이 말하면서 자신이 '진보 인사'로 소개된 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저는 시위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민주주의 운동을 쭉 해 온 사람이에요. 6월 항쟁도 참여했었죠. 그런데 오늘 주제가 통일이죠? 제 강연 들으시면 '어, 진보라는 사람이 저렇게 말해도 되나?' 할 겁니다."

장 대표는 우선 남북관계에 대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 없이 남북관계가 좋아질 거라는 건 허상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 박근혜 신뢰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 등등 남북관계가 좋지 못한 것에 대한 별별 이유가 나오지만 다 틀렸습니다. 남북관계 문제의 원인은 분단입니다. 통일해야 할 대상들이 통일되지 않으면 관계가 좋아질 수 없고 심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기득권 침해를 걱정하는 보수 진영뿐 아니라 진보 진영까지도 허상인 남북관계 개선만 얘기하고 정작 근본적 해결책인 통일에는 부정적입니다." 

장 대표의 말에 청중들도 관심을 보였다. '진보의 통일방식'이라고 하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대북정책을 떠올리기 쉽다.

"진보 진영은 통일하자는 말 대신 남북관계 개선이나 평화만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남한 중심의 흡수통일을 강력이 반대합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남한이 북한을 흡수해 통일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과 북의 합의통일은 불가능합니다."

장 대표는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정권이 건전한 상태에서 통일에 합의한 일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통일에는 무력통일과 평화통일이 있습니다. 평화통일에는 다시 합의통일과 흡수통일이 있고요. 10여 년 전 예멘이 유일하게 이슬람교를 밑바탕으로 합의통일을 이뤘죠. 하지만 1년 만에 깨졌고 다시 통일하는 데 무력이 사용됐어요. 독일의 경우에도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 방식이었죠. 그럼에도 우리 나라 언론에서는 거의가 합의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장 대표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미디어에서 대개 다뤄지는 통일방식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 협상과 타협을 통하는 것이다.

"북한 사회의 연착륙을 도와 통일한다? 듣기에 좋은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애초에 북한은 개혁개방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합의통일을 주장하는 사람은 이 부분을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금강산 관광'을 예로 들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북한 경비병의 우리측 민간인 살해로 중단됐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하지만 우리가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서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진실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한 사람들의 잦은 대규모 방문으로 북한 내부에서 남한에 대한 동경심이 일면 가장 피해를 입는 게 김정은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 시사오늘

이날 장 대표는 현재 한반도 정세도 남북통일에 최적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두 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북한을 전략적 완충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어요.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에도 큰 위협이죠.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요즘들어 부쩍 남한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핵무기 저지를 위해 남한 중심의 통일 전략을 지지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된 겁니다."

장 대표는 국내에서도 크게 회자된 지난달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을 사례로 들었다.

"박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식에 다녀와 비행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죠? '북한의 핵 문제를 포함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확실한 가장 빠른 방법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점에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어요. 시 주석이 그동안의 북중 관계를 깨고 남한에 손 내민 것도 대단한 것이고요."

그는 이어 미국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더는 용납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이슬람 급진 무장조직인 IS 같은 테러단체에 핵무기를 매매할 거라고 봅니다. 이게 뉴욕과 워싱턴 등 미국 본토로 들어온다면 오바마 정부로서는 엄청난 안보 위협이죠. 지난 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만 봐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이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 대표는 통일하려면 '지금'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저지를 위해 남한 중심의 통일전략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우리가 놓치면 통일 가능성은 희미해진다는 겁니다. 현재로서써는 미국은 북한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북폭할 가능성이 매우 커요. 이 경우 미국이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지만 전쟁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중국은 북한 내 친중 쿠데타도 고려하고 있어요. '남한의 통일을 도와줘 봤자 별 거 없다'라는 판단이 들면 북한 병합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러면 통일은 어렵게 됩니다."

장 대표는 통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남한 정부가 국민대담화를 통해 통일 필요성을 설득하고 북한에 통일정상회담을 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북한 동포들에게 통일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압제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통일을 통한 해방이라는 희망을 심어줘야 합니다. 북한 인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북한 인민들에 대한 민간 지원을 대폭 허용해야 합니다. 또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도 구해야 합니다. 4자회담을 제의해 두 나라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붙잡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남북통일정상회담을 제안, 통일 분위기를 한반도에 고조시켜야 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