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는 10·26을 김영삼에게 암시했다" 증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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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는 10·26을 김영삼에게 암시했다" 증언, '주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1.29 17: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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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총재님, 아주 잘 생각하셨습니다. 정말 잘 결정하셨습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김영삼은 10·26 사태가 벌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1979년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10·26 사태를 암시한 바 있다는 증언이 나와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해 YS는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회견에서 "한국정부의 민주화를 위해 미국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정희 정권과 공화당은 YS의 발언을 '사대주의적 망언'이라며 YS에 대한 국회의원직 제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동시에 박 정권은 회유책도 썼다. YS가 제명되기 하루 전인 1979년 10월 3일, 당시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는 상도동 사저에 전화를 걸어 YS에게 만남을 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재규는 "김영삼 총재에 대한 제명 명령이 떨어졌으니, 내일 아침 기자들과 만나 뉴욕타임스 기자회견은 과장되고 와전된 것이라는 말을 하라. 그러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며 YS에게 <뉴욕타임스> 발언에 대해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YS는 "김 부장, 나는 제명을 당하든 감옥에 가든 상관없다. 나는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살길을 택할 것"이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YS의 의원직은 제명됐다.

이 얘기는 YS나 유신정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의 산증인', 'YS 스피치라이터' 박권흠 전 의원은 알려진 것과 다소 다른 증언을 했다. 박 전 의원은 1964년 YS 수필집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없다>를 집필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1971년 상도동에 합류, 유신체제가 몰락할 때까지 YS와 반(反)박정희 투쟁을 함께한 인사다.

▲ 2015년 6월 <시사오늘>과 인터뷰하는 박권흠 전 의원 ⓒ 시사오늘

박 전 의원은 지난 6월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YS와 김재규의 만남에 대한 '비화(秘話)'를 들려줬다.

"이건 YS가 나한테만 한 얘기야. YS가 김재규를 만나고는 나를 불러서 한다는 소리가

'박 의원, 김재규 그 사람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전화를 걸어서는 우리 집에 오겠다고 하길래 내가 그랬지. 아니, 여기 기자들 우글거리는데 왜 여길 오냐. 내가 공관에 가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김재규랑 만난 이야기를 쭉 들려주더라고."

김재규- "총재님, 뉴욕타임스 기사는 내 본 뜻이 아니었다. 뉴욕타임스 기사가 잘못된 거라는 해명서 하나만 내주면 제명 안 되게 박정희 대통령에게 말하겠습니다."

YS- "그 기사에 내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 표현이 있는 건 사실이야. 내 취지와 다른 대목이 있으니 해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해명을 하면 박정희한테 굴복하는 게 되는 거야. 날 제명하라고 해. 나는 제명당할 수 있어."

김재규-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YS가 다시 상도동 집에 돌아가려고 공관을 나오고 있는데, 김재규가 대문 앞까지 나와서 YS를 배웅하더라는 거야. 그러면서 김재규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이러더래."

김재규- "김 총재님, 아주 잘 생각하셨습니다. 정말 잘 결정하셨습니다."

"그걸 보고 YS가 나한테 '그 사람 참 이상한 사람이야' 그런 거지. 김재규가 YS에게 박정희에게 총을 쏠 것을 암시한 건지, 혹은 김재규가 속으로는 YS를 지지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지. 이건 정말 비밀이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다고."

이후, YS의 의원직 제명은 유신철폐를 요구하는 부산과 마산의 대학생·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부마사태'다. 그리고 10·26 사태로 유신체제는 막을 내린다.

다시 박 전 의원의 입을 빌려본다.

"부마사태가 터져서, 유신정권이 위수령을 선포했는데 군인들이 가도 수습이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차지철 사단까지 내려갔었지.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김재규와 차지철이 사이에 갈등이 생겼어. 김재규가 할 일을 차지철이 사사건건 나선 거야.

10월 25일 삽교천에 행사가 있어서 박정희 대통령이 그쪽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가려는데, 김재규가 거기 타려고 하니까 차지철이 '당신은 부마 수습이나 하시오'이러면서 막아버렸다는 거야. 박정희가 그걸 목격하고는 김재규한테 '이따 저녁에 술 한 잔 같이 하지. 청와대 옆 안가에 자리 좀 만들게'라고 지시를 했어.

아마 김재규는 그때 결심을 한 모양이야. 그 술자리에서 박정희한테 총을 쏘고, 차지철까지도 다 죽였지. 그렇게 박정희 대통령이 10월 26일 죽게 됨으로써 유신체제가 무너지고, 공화정 시대가 종결된 거야.

유신체제를 무너뜨린 주역은 YS야. 대한민국 누구도 아니고 YS라고.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나는 YS의 모든 성명서와 기자회견문을 썼어. YS가 주역이라면, 나는 조역이지."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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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키션 2022-04-03 02:28:15
It's interesting to learn new historical f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