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책임론' 제기하던 이종걸, 협상 실패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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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책임론' 제기하던 이종걸, 협상 실패 책임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2.03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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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책임져야 vs. 어쩔 도리 없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 시사오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016년도 예산안 협상 실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야권 내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우선 정부여당의 '예산안-경제활성화 법안 연계 방침'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여야는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386조4000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의결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의 '예산안-경제활성화 법안 연계 방침'에 따라 '관광진흥법·의료해외진출법(여당 제안)'과 '대리점거래공정화법·모자보건법·전공의수련환경개선법(야당 제안)'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한·중 FTA 비준안 합의처리 과정에서 예산안과 특정 법안을 연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여당은 지난 1일 긴급 당정회의 직후 입장을 선회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은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과 노동개혁법을 예산과 연계 처리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김무성 대표가 유감을 표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을 뿐, '약속을 끝까지 지키라'고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또한 표면적으로 양당이 각자가 내세운 법안을 '거래'한 모양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새정치연합의 협상 실패가 자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제안한 법안의 취지가 상당부분 퇴색됐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을 골자로 하는 '모자보건법'에는 '민간산후조리원 시설 취약지역 제한적 허용'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전공의수련환경개선법은 '누더기'가 됐다.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80시간(원안)에서 88시간(수정안)으로, 연속근무시간은 20시간 초과금지(원안)에서 36시간 초과금지(수정안)로 늘었다. 유예기간도 2년이나 부여했다.

더욱이 새정치연합이 줄기차게 요구한 누리과정(무상보육) 예산은 단 1원도 편성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예비비 3000억 원을 우회 지원하는 형태로 결론을 지었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오후 열린 새정치연합 긴급의총에서는 이종걸 원내지도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내부반발이 극심했다는 전언이다.

책임져라 vs. 기회줘야

야권 일각에서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번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재인 대표에게 '책임론'을 제기하던 대표적인 인사였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치적 리더는 그에 대한 소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에 맞게 스스로 정치적 행보를 해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런 결과(선거 패배)가 나오면 (당대표가) 바로 사퇴하는 것으로 책임을 지는 게 우리 당의 전통"이라며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기도 한 바 있다.

지난 2일 새벽 여야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기자와 만난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결국 모든 게 대통령의 뜻대로 됐다. 130석(현재 127석) 가지고도 이렇게 무능력한데 내년이 벌써 걱정"이라며 "누군가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표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2016년 예산안과 관광진흥법에 반대표를 던진 문 대표는 3일 오전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합의 내용에 찬성할 수 없었다"며 "예산안을 법안처리와 연계시킨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여 협상 실패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인사로는, 2011년 김진표 전 원내대표, 2014년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이 있다.

반면, 이 원내대표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말도 있다. 정부여당이 칼자루를 쥔 형국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비노(비노무현)계로 분류되는 한 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협상에 이용하니 별 수 있겠느냐"며 "더욱이 저쪽에서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 역시 이번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안과 법률안을 연계한 새누리당의 전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점을 무겁게 느낀다"며 "남은 시간은 아주 다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여당과의 노동개혁 협상이 이 원내대표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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