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에서 또 패한 무능한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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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에서 또 패한 무능한 야당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2.07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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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50% 넘는 여론과 10만여 명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땅의 형세가 승리를 결정한다.”

손자(孫子)는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로 지형을 꼽았습니다. 땅의 형세를 파악하고, 유리한 곳에 전장을 형성해야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가르침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치 공방에서 승리의 여신은 정국을 정확히 파악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싸울 줄 아는 진영의 손을 들어줍니다.

지난 5일, 제2차 민중총궐기가 끝난 후 새정치연합은 논평을 통해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롭게 끝난 것을 환영한다”며 “성숙한 시민의 힘이 돋보인 대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당 지도부의 ‘평화지킴이 활동’이 평화집회에 일조했다는 긍정적인 자평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민중총궐기가 오히려 새정치연합의 무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이 들립니다. 민중총궐기의 본질은 ‘평화집회냐 폭력집회냐’가 아니라 ‘왜 10만여 명의 국민이 광화문에 운집했느냐’였기 때문입니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완패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번 민중총궐기는 새누리당의 위기였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월 4일 발표에 따르면 52.6% vs 42.8%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의견이 10%가량 높았습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참패를 모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0만여 명이 광화문에 운집한 것은 정부여당의 위기감을 고조시켰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여당의 역습에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4일 있었던 1차 민중총궐기를 반전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민중총궐기를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하면서 ‘복면금지법’을 발의해 정국을 ‘질서와 안보’ 프레임 속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반면 야당은 승산이 높았던 국정화 프레임을 지켜내는 데 실패했고, 상대의 프레임 안에서 “경찰의 차벽이 폭력 집회를 불렀다”는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일관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잃었습니다.

50%가 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에 광화문에 모인 10만 여 명의 시민들까지, 정국 주도권의 물줄기는 야당에게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이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전달하기는커녕 ‘폭력시위냐 아니냐’로 싸우는 데 노력과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이제 그 누구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말하지 않습니다. 노동개혁 문제도 온데간데없습니다. 남은 것은 민중총궐기가 ‘평화시위’였다는 위로와 선거구획정 문제, 분당 문제 같은 정치공학적 이야기들뿐입니다.

정치는 프레임 싸움입니다. 얼마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프레임을 짜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를 자신의 프레임 속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프레임 형성 능력이 곧 정치력입니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는 9단이고 새정치는 초단입니다. 이런 무능력한 야당에게 뭘 맡길 수 있겠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닌 셈입니다.

선거는 4년지대계입니다. 50%가 넘는 여론과 10만여 명이 모인 집회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무능한 세력에게 국가를 맡길 국민들은 없습니다. 낡은 정치 청산도 좋고 혁신도 좋지만, 그 전에 최소한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유능한 야당이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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