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이상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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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이상한 거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7.12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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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변전소 부지 매입과정서 이면계약으로 시공사 90억 대출
한전 직원 몰랐나 의문 증폭..."알아서 취재하라" 취재도 거부
"(그 얘기에 대해)듣기는 한 것 같은데 세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알아서 취재해라."

한국전력 본사 홍보팀 관계자는 이수변전소 매입과정의 의혹과 관련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전이 이수변전소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수변전소를 건립한 심산기념사업회와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서로 시공사인 길도건설이 한전 모르게 부당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전이 심산김창숙기념회가 건립한 이수변전소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길도건설이 그 계약서를 가지고 신한은행에서 9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한전은 올해 2월 (사)심산김창숙기념사업회에 부지 대금으로 20억원을 입금했고 3월엔 길도건설에 건설대금 94억을 입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산 김창숙기념사업회는 이미 길도건설에 이면계약서 등을 넘겨 90억원의 대출을 받은 상태였고, 한전이 이에 항의하자 길도건설이 지난 6월30일 신한은행에 대출금 90억원을 상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길도건설이 대출과 상환기간사이에 90억원에 대한 이자로 관례상 수천만원 가량은 챙겼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길도건설 혼자서 이 금액을 챙기기란 어려워 이 과정서 한전이나 기념회 등의 비호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을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진 (사)심산김창숙기념사업회 전 사무처장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 때문에 변전소 건립이 쉽지 않았다”며 “심산기념사업회가 서울시의 사용승낙을 받고 변전소를 건립해 올해 초 한전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 매입하는 과정에서 담보 대출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지 않느냐”며 대출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8일 이면계약서와 관련된 대출의혹과 관련, "이미 6월 말 대출금을 모두 상환해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꾸 이 건으로 은행 측이 언론이 거론되는 게 불편하다. 우리도 피해자가 아니냐"며 길도건설의 대출 상환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관계자는 12일 “한전의 이수변전소 매입 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줄 수 없다”며 종전과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한전 홍보팀 관계자는 변전소 매입 부지와 관련 "한전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 많아 일일이 파악하지 못 한다"면서 "다른 쪽으로 해보던지 아니면 알아서 취재하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재차 심산 기념사업회에 대한 질문을 하자 "들어보긴 했지만 여기서(홍보팀)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지 못 한다. 해당 사업 부서를 통해 알아봐라"고 말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부감사와 관련, "모른다. 홍보팀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 감사팀과 내부조사팀 관계자 역시 "감사팀이 여러 팀으로 나눠져 있어 어떤 일을 감사하는지 비밀"이라면서 "홍보실에서 협조부탁이 와야지 공식적인 입장을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심산 기념사업회 부지 변전소 건립 건의 해당부서인 남서울 기념 사업소의 관리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본사 내부에서 감사가 내려와 통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감사가 이수변전소 매입과 관련된 감사인지는 확인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일각에서는 한전 측의 이수변전소 매입과정의 전말이 김쌍수 한전 사장에게 보고되지 않아 직원들이 극히 몸을 사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27일 사상 첫 민간인 CEO로 한전 사장에 취임한 김쌍수 사장은 취임일성을 통해 경영시스템의 ‘혁신’ 을 제1의 가치로 내세웠다.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감 사장과는 달리 한전은 이수변전소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소유권 이전 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면계약서를 체결했고, 기념사업회 측이 길도건설에 계약서를 넘겨 부당대출을 받는 일에 휘말리는 등 혁신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직원 내부의 어이없는 실수든, 아니면 이면계약서 작성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용인 내지 묵인하는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를 저지름으로서  한전의 ‘글로벌 마인드’, ‘성과추구’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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