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의 영화이야기>〈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전설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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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영화이야기>〈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전설의 귀환
  • 김기범 영화평론가
  • 승인 2015.12.22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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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대한 경외, 그 이상의 예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평론가)

▲ 스타워즈 포스터

동서양을 가르는 그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막론하고, 인간은 숱한 전설과 함께 자리매김하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제 각각의 전설들임에도 결국 그 공통적 주제 선상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인간 내면 특유의 선과 악, 영웅의 무용담과 사랑, 그리고 가족애 및 헌신 등의 인류 보편적 가치들이다.

어찌 보면 인류의 역사는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그 선악 대결이 운명적으로 반복되는 틀 속에서 투쟁과 혁명으로 포장된 혼돈이 끊임없이 되받이되며 진화하는 굴레이며, 바로 그것이 이 시각에도 팽창중인 이 우주에게 주어진 법칙일지도 모른다.

그 변하지 않는 우주의 법칙을 시현해 보이려는 듯, 절대 선과 악이라는 70년대 말 냉전 질서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반영하며 출현했던 영화 <스타워즈> 클래식은 결국 권선징악의 기치 아래 사랑과 평화 그리고 화해의 벅찬 환희와 감동을 선사하며 그렇게 영상 혁명의 발발을 선포했더랬다.

이후 빛 이후엔 어둠이 찾아들고, 뭉친 것은 흩어지는 우주 삼라만상의 법칙을 부질없이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15년 만에 나타난 프리퀄 3편은 비디오 세대의 찬란했던 그 전설을 허무하게 다크 사이드 저편으로 날려 버리고야 만다.
마치 평화가 찾아온 이 세계엔 더 이상 제다이의 전설은 필요 없다는 듯이….

그러나 이제 그 이름만으로도 은하계 수많은 청춘들에게 신성불가침한 판타지와 함께 무수한 패러디의 대명사가 되었던 서양의 이 대서사시는 R2D2 와 C-3PO 라는 드로이드를 선보인지 어언 40여년 만에, 무릇 동양의 돌고 도는 윤회 사상을 연상시키는 <깨어난 포스> 를 덧입힘으로써 명실공히 동과 서를 아우르는 인류 공통의 전설로 새로이 부활한다.

전쟁이 끝난 행성에서 폐기물을 뒤지며 피폐한 현실로부터의 구원만을 기다리는 외로운 포스의 주인공, 그리고 그를 도우는 든든한 조력자와 주인공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게 될 스승, 여기에 부자 간의 막다른 조우에 이은 아버지의 죽음, 심지어 주인공을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로봇과 우주 화물선까지, 이미 오리지널을 장식했던 그 전설적 코드들은 새 시리즈에서 마치 불가의 윤회처럼 오마주로 다시 깨어나 변화된 세상에 <새로운 희망> 의 출범을 알린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기존 헐리우드 영웅물들이 오류를 범했던 단순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퀄과 리부트를 겸하는 기교를 통해 클래식을 연결하고 재창조함으로써 자신들의 전설을 경외하는 우아한 예우, 그 이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변화한 시대를 반영하듯 은연중에 터부시 되었던 성과 인종의 경계를 넘어 신세기의 주도권이 새로운 세대에 넘어갔음을 알린다.

물론, 구세대의 가슴 한 켠에 살아 숨 쉬고 있던 한 솔로와 레아, 그리고 루크 스카이워커 등의 과거 기라성들을 동원해 신구와의 연결 축을 형성하는, 전형적이나마 저버릴 수 없는 향수와 메타포까지 펼쳐 보이는 영악함도 잊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번 시리즈가 당대 비디오 세대의 역습으로 떠올랐던 그 전대미문의 시각 혁명을 뒤쫓았다기에는 분명 어폐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이렇다 할 최소한의 갈등구조까지 워프한 듯 너무나 술술 풀리는 주인공들의 의기투합은 차치하더라도, 유교적 전통사고에선 있을 수 없는 가족 간 패륜은 매니아들에게조차 논쟁의 소지마저 남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이들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엔 그 모든 것이 다 새로운 전설과 영웅의 출현을 알리고자 우주의 기운이 지어준 억겁의 인연이요, 대서사시의 운명이라 치부하는 어떤 대범함이 관객들을 휘돈다.

더불어 그 대범함은 선과 악의 광선검 결투에서 (스카이워커 가문과의 연계가 분명한) 레이의 각성과 주인공으로서의 새로운 즉위를 포고하듯 울려 퍼지는 ‘The Throne Room' 테마의 그 웅장한 선율과 전율스레 어우러져, 사그라졌던 이 시대 필부들의 잠재를 일깨우고 극대화시킨다.

이것이 바로 이 우주 대서사시의 포스다.

그 포스를 느끼며 비교하기에도 일천한 자본과 역사의 한국 SF 를 자조해 보지만 그것도 순간일 뿐, 로봇마저 포함된 영화상의 기기묘묘한 그 숱한 종들의 어울림이 세계 각각의 가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류 공통의 정서를 대변하기엔 손색이 없는, 이 문화유산을 세련되게 예우하고 미끈하게 이을 줄 아는 헐리우드의 방식과 기술에 대한 단상이 앞선다.

물론 새 밀레니엄의 에피소드에만 익숙해져 갑자기 등장한 노인들의 존재가 왜 그리 대단한 것인지, 장면 요소요소에 숨겨진 오마주의 그 전설같은 코드들이 대체 무언지조차 모르는 어린 자식들에게 극장에서 (저물어가는 비디오 세대) 아비의 포스를 전수해 주는 묘미만으로도 그렇게 전설은 이어지고 세대를 넘나든다.(불가능하겠지만, 하다못해 전설을 위해 카메오로 출연한 다니엘 크레이그와 휴 잭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세대 간 최소한의 가교는 되리니.)

하긴 그것이 바로 구전으로만 떠도는 전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부디 그렇게 그 전설이 우리의 마음속에 포스와 함께 영원하길…. 

·한양대학교 정치학 박사
·트리즈 뉴스 전문기자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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