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총선포기론은 新 4자필승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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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총선포기론은 新 4자필승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2.31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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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혁신으로 새정치 모델 내놓을 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무소속 안철수 의원 ⓒ 뉴시스

안철수가 정계를 흔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의 정당지지도가 1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오차범위 안으로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안철수 신당이 결국 구태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한다.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결국 안철수 신당도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당에서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유성엽·황주홍·김동철·임내현 의원은 모두 호남을 지역구로 하고 있고, 인천 부평갑이 지역구인 문병호 의원도 전라남도 영암 출신이다. 내달 15일 전후로 동교동계 인사들이 집단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안 의원 또한 광주 방문 빈도가 부쩍 늘었다. 지난달 30일 문 대표의 ‘文·安·朴 공동지도부’ 구성을 거부한 직후 광주를 방문해 ‘강철수’가 되겠다고 선언하더니, 지난 17일 또다시 광주에 방문해 지지세 결집에 나섰다. 안철수 신당도 결국 호남 지역에서의 헤게모니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주의 정당’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다 보니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가 제기한 ‘총선포기론’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안 의원의 멘토로 알려진 한 교수는 지난 5일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가치판단의 돌연변이가 넓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신당을 둘러싼 정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다. 야권 개편의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의 타깃이 새누리당이 아닌 더민주당이 될 수 있음을 공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新 4자필승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987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부산·경남 기반의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 충청 기반의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각자 자기 지역을 가져가면 호남과 수도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인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는 ‘4자필승론’을 내세워 단일화 합의를 깨고 대선에 출마했다.

4자필승론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표 결과 전국 투표수는 물론, 우세를 의심치 않았던 수도권에서조차 3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에 집착해 국민의 염원을 읽어내지 못한 결과였다.

총선포기론도 마찬가지다. 한 교수가 언급한 시나리오는 이번 총선을 통해 호남에서 더민주당을 몰아내고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으로 올라선 뒤, 양당 체제를 구축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현재 안철수 신당에 쏠리는 기대감이나 안 의원의 지지율 등을 고려하면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패한다면 안 의원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총선에서 패한다면 야권 분열이 최대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고, 그렇다면 야권 분열의 한 축인 안 의원도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시나리오에 빠져 지지자들의 염원을 외면한다면, 안 의원도 1987년 DJ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주 기자와 만난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한국 정치에서 총선 결과는 리더의 정치 생명과 직결돼 있다”면서 “더욱이 DJ처럼 지역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안 의원이 총선을 ‘포석’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안 의원이 해야 할 일은 과감한 혁신으로 새정치의 비전을 제시하고 건강한 정당 체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계산적인 행보로 대선 로드맵을 그리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혁신으로 국민들 앞에 ‘새정치’의 모델을 내놓을 때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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