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비례대표①]나영이 주치의와 모래시계 PD, 최초의 이주여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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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비례대표①]나영이 주치의와 모래시계 PD, 최초의 이주여성까지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1.0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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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신의진·이자스민·박창식 의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비례대표는 상대적으로 ‘깜짝 발탁’이 가능하다. 인물에 직접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하여 당선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연고가 존재하거나 최소한 오랜 시간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지역구 의원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화제를 모았던 비례대표 의원들을 <시사오늘>이 살펴봤다.

▲ (왼쪽부터)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이자스민 의원, 박창식 의원 ⓒ뉴시스

‘나영이 주치의’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소아정신과 의사 출신인 신의진 의원은 ‘나영이 주치의’로 알려지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나영이는 지난 2008년 일명 ‘조두순 사건’으로 알려진 아동 폭행 및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가명이다. 사건의 피해 아동은 장기의 심한 손상으로 평생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부상을 당했고, 주치의로서 그를 맡아 치료한 것이 신 의원이다. 당시 신 의원은 인터뷰를 하는 중간중간 감정을 추슬러야 할 만큼 분개했다고 알려졌다.

얼마 뒤 치러진 2012년 19대 총선에서 신 의원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을 받게 된다. 신 의원은 그간의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정계 입문 이유에 대해 “원래부터 정치에 관심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느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법, 제도에 반영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국회에 들어온 이후, 곧바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을 맡으며 본격 정가에 데뷔하고, 의정 쪽에서는 전공을 살려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간다. 이후 아동여성 성범죄근절 특위, 아동학대근절특위 간사 등으로 활동하고 굵직한 아동범죄 관련 이슈마다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

그 결과 신 의원은 아동 치료 관련 전문가인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상당히 확고한 자리를 얻었다는 평을 받는다. 새누리당의 한 비례대표 동료 의원은 앞서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신 의원이 그쪽(아동 치료 등 의료 복지 관련분야)으로는 아주 전문이다”라면서 “일관성 있게 일(의정활동)하고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2013년에 일명 ‘게임중독법’으로 불린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을 대표 발의, 게임업계를 위시한 상당수 누리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마약 중독자처럼 취급한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게임 산업을 위축시키는 규제 법안'이라는 반발도 샀다. 

이에 신 의원은 이 법안을 비난하는 게임업체 관계자 및 야당 의원과의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다부진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한편으로는 꾸준히 해명을 이어가며 게임업계 등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2014년 9월에는 장애우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하고, 지난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국제 게임 컨퍼런스에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의정 활동에서 한바탕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신 의원은 꾸준하고 착실하게 당내 정치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지난해 7월에는 ‘당의 입’인 대변인을 맡으며 김무성 체제 하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다만 재선까지는 쉽지 않은 길이다. 서울 양천구갑에서 도전을 천명한 신 의원에겐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과, 양천구의 터줏대감이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전인이라 할 수 있는 이기재 코리아비전포럼 대표와의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다문화 국회의원 1호’ 이자스민 의원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19대 총선 비례대표에서 여야를 통틀어 단연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인물로 꼽힌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다니던 지난 1995년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3년 뒤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영화 <완득이>등에 출연하기도 하며 유명세를 탔다. 2012년 총선에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국회에 입성한다.

최초의 외국인 이주여성 국회의원, 다문화가족 1호 국회의원 등 이 의원의 모든 호칭과 행보에는 ‘1호’가 따라붙었다. 한국의 많은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족들의 대변자로서 높은 기대감과 동시에, 의정을 잘 소화할 수 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함께했다.

높았던 관심과 비례해 이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받았고, 때론 세간의 다양한 편견과 그로 인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젠 필리핀에서의 시간보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긴데도, ‘외국인’이라는 꼬리표는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법안을 내놓고,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했지만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특히 지난 2014년엔 위안부 기림비 건립 결의안에 반대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여론의 반발을 샀다. ‘외국인이 우리 역사도 잘 모르고 반대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이 의원에게 돌렸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같은 해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좀 억울하다. 내 입장은 기림비를 짓지 말자고 한 게 아니라, 국회 안에서 짓자는 것을 좀 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짓자는 주장이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과 수요 집회 때 함께 시위도 하고, 2012년엔 소송걸 때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던 내가 위안부 기림비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여권 정계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대표자라는 자리가 그렇듯이, 다문화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하다못해 필리핀에서 사고만 일어나도 (이 의원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게 된다”며 “(국회)의원으로선 숙명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특별한 위치(이주여성) 때문에 더 심한 것 같다”고 평했다.

지역 연고가 중시되는 한국 정치 풍토에서, 이 의원의 다음 총선 출마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이 의원의 주요 지지층은 지역과는 크게 무관한, 얇고 넓게 퍼져있는 다문화 가정의 가족들이나 이주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면서도 “비례대표가 아니면 출마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마지막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이민사회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외국인 정책을 다루는 정부의 각종 기구를 통합하고 중장기 이민정책을 추진할 이민‧다문화 정책 컨트롤타워 설치가 이 법의 골자다. 이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관련 정책 추진 부처가 흩어져 있다 보니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고 효과적인 정책이 나오기 힘들다”면서 “이민정책은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로, 큰 틀에서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상시기구인 이민정책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같은 당의 중진 의원들인 홍문표 의원, 진영 의원을 비롯해 14인의 동료 의원들이 법안발의에 함께 하며 힘을 실어줬다.

‘모래시계 PD’ 박창식 의원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모래시계> <태왕사신기>등 온 국민에게 알려진 유명 드라마 PD 출신이다. 19대 총선에서 유세지원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비례대표 20번으로 국회에 발을 디뎠다. 지난 2012년 대선서 중앙선대위 미디어본부장으로 활약하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선거를 도왔다. 깜짝 영입 케이스인 그를 두고 새누리당 당원들조차 ‘박근혜 후보 뒤에 저 사람은 누구냐’며 궁금해 했다는 후문이다. 

방송전문가답게 박 의원은 홍보의 최전선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지휘하며 선거를 이끌었다. 의상과 시선처리, 동선과 카메라 각도까지 신경 썼다. 대선 막바지 TV토론 때, 각 당에서 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정책전문가 안종범 경제수석(전 비례대표 12번 의원)과 박 의원을 대동했다. 당선 후 박 의원은 자연스레 핵심 친박인사로 거론되며 화제의 비례대표가 됐다.

초선의원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박 의원은 의욕적인 의정활동을 전개한다. 의정활동 초기부터 소위 ‘장자연법’이라고 불리는 대중문화산업발전법을 대표 발의하며 이름을 알렸다. ‘장자연법’은 연예인에게 성매매나 성 접대를 알선, 권유나 유인할 시 징역형을 부과토록 하는 것과 기획사 등록제와 표준계약서 마련 등을 담았다. 발의 당시 박 의원은 지난 2014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언론에 알려진 것(문제)만도 엄청난데, 알려지지 않은 것은 얼마나 많겠는가. 제대로 된 사람만 (연예기획사를)할 수 있도록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총선에서 박 의원은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기도 구리시 출마가 유력하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4년은 좀 짧다’고 언급한 박 의원은, 일찌감치 지역구를 확정했다. 당내서도 가장 먼저 지역구를 낙점한 다섯 명 중 한 사람으로, 그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고 알려졌다. 지난 4일엔 구리 도매시장의 환경정비 시설개선사업에 투입될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 6억을 추가 확보하며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구리시는 야당 현역 의원(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이미 터를 잡고 있어 격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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