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박정희 회동③]“정치, 정직해야 한다”…김영삼 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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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박정희 회동③]“정치, 정직해야 한다”…김영삼 정치철학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6.01.09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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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列傳,오늘(3)>조윤형 김상현 석방과 <동아일보> 탄압 중지, ‘성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세운 기자)

▲ YS는 일단 약속하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와도 믿는다. 사진은 3당합당 후 JP와 담소를 나누는 YS.ⓒ김영삼 회고록

이는 YS 정치스타일과 관련 있다. YS는 일단 약속하면 끝까지 믿는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와도 이를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스타일이다.

한 예로 1992년 대선을 앞두고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국민당을 만들어 대선출마 선언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YS는 ‘정주영 회장이 나를 돕기 위해 국민당을 만들었고, 내가 민자당 대선후보가 됐으니까 조만간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2011년 <시사오늘>이 다룬 기획 ‘민산되짚기’인터뷰에 나선 홍인길 전 의원은 YS의 낙천적인 성격을 그대로 증언했다.

“YS와 정주영 회장과의 친분이 깊었습니다. 아마도 정주영 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하면서 ‘민정계가 민자당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국민당 대선후보로 당신(YS)을 영입할 생각이다’고 전한 것 같았어요. 국민당이 14대 총선서 돌풍을 이끌어내며 30석을 얻었잖아요. 그리고 바로 YS가 민자당 대선후보가 됐고요. 그러면서 정주영이 국민당 후보로 대선에 나온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습니다. 그런데도 YS는 끝까지 ‘정주영 회장은 대선 안 나온다’고 하는 겁니다. YS, 참 순진합니다.”

1987년 야권의 후보단일화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YS와 DJ 간 후보단일화가 여의치 않자 여의도 정가에는 DJ가 곧 통일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꾸릴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당시 김덕룡이 이 같은 소문을 전하자 YS는 “사실이 아니다”며 DJ와의 비밀회동 내용을 전했다.

김덕룡이 전하는 당시 YS와 DJ 간 회동 내용이다.

“DJ가 ‘나는 이번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 지금 불출마를 선언하면 지지자들이 이탈한다. 양측 지지세력을 끝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지금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말을 YS는 철석같이 믿었죠.”

YS는 박정희가 ‘민주주의 하겠다’는 말을 곧이 믿은 것 같다. 1978년 8대 대통령 임기를 끝으로 개헌을 해 민주주의를 할 것으로 기대한 듯하다.

하지만 YS의 바람은 기대에 불과했다. 실제로 박정희가 1978년 12월, 9대 대통령에 취임하자 ‘민주주의 하겠다’는 약속이 허구였음을 깨달았다. 이후로 YS가 대여투쟁의 강도를 높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영삼 회고록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에서 YS는 ‘박정희가 이번 임기를 끝으로 민주주의 하겠다’뜻으로 받아들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박정희가 울지만 않았으면, 나는 ‘그럼 언제 할 거냐’고 따지고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물 때문에 추궁하려던 나의 마음은 다소 누그러져 있었다. ‘꼭 민주주의 하겠다’는 박정희의 말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사람 말을 잘 믿는 것은 YS 자신의 정치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YS는 2009년 10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원로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이렇게 정의했다.

“정치는 정직해야 한다.”

그렇다면 1975년 5월 열렸던 YS-박정희 간 영수회담의 성과가 없었을까.
박권흠 대변인 증언처럼, <동아일보> 광고 탄압은 중지됐고 조윤형 김상현 김한수 의원 등은 석방됐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간 ‘민주주의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면 10․26의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YS-박정희 회동 끝〉

담당업무 :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다룹니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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