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딴 식으로 하면 대통령은커녕 소통령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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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식으로 하면 대통령은커녕 소통령도 못한다”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9.04.19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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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전대서 YS 오락가락 행보, 이에 분노한 최형우, 술판 엎어

②갈등

#1. 72년 박정희 공화당 정권에 맞선 제1야당인 신민당 내부는 그야말로 어수선 했다.

신민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각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김홍일 당수의 왕당파, 유진산 전 당수의 진산계, 김대중(DJ)계, 김영삼(YS)계, 이철승계와 양일동계 등 6개 파벌로 나눠져 있었다.

71년 8대 총선직전 ‘진산파동’으로 당수에서 물러난 유진산은 72년 신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당권을 잡으려 했다.

경선이 벌어지면 최대 계파를 거느리고 있던 유진산이 당수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일.

따라서 진산의 재기를 반대하는 각 계파는 ‘반(反)진산계’를 형성했다. 당권을 잡고 있던 반진산계는 몇 차례 전당대회를 연기했다. 하지만 진산계의 반발에 부딪쳐 9월 26,27일 양일간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반진산계는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진산을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되자, 또다시 연기를 선언했다.

그러자 진산계는 이에 불복, 대회강행을 선언했다. 왕당파와 김대중계는 대회불참을 밝혔고, 김영삼은 분명한 거취를 표명하지 않았다.

김영삼이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구파로 진산과 뿌리가 같았던 김영삼은 구파의 보스인 진산과 맞서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부의 사정은 달랐다. 김영삼의 오른팔이던 조윤형과 최형우는 유진산의 재기를 막아야 한다며 YS를 설득했다. 이에 YS는 진산의 당수선출을 막는다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마침내 9월 27일 시민회관에선 반진산계가 불참한 채 전당대회가 열렸다.

이때 김영삼은 “우리라도 나서서 진산의 당수 선출을 막아야 한다”며 조윤형 최형우 박희부 등의 참선을 권했다. YS의 권유에 따라 이들은 대회장에 입장했다.

잠시 후 대회는 선언되고 곧바로 당수 선출안 상정됐다.

이때 최형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의 있소. 의사진행 발언입니다.”

최형우는 단상으로 올라가 “이 반쪽짜리 대회는 있을 수 없으며…”라고 말문을 열자 진산계 행동대원들이 달려들어 마이크를 뺏어 발언을 제지했다.

이어 최형우는 멱살이 잡힌 채 이들에 의해 대회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참석했던 김영삼계 행동대원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뛰어나갔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최형우가 끌려 나가자 진산계는 일사천리로 대회를 진행해 진산을 당수로 선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는데도 YS는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2. 이른바 ‘반당대회’로 끝난 신민당 전당대회 직후인 72년 9월 27일 회현동 요릿집 ‘회림.’
술상을 가운데 두고 김영삼 조윤형 최형우가 둘러앉았다.

김영삼은 할 말이 없을 때는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버릇이 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김영삼은 아랫입술을 문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이를 참지 못하고 최형우가 말문을 열었다.

“형님.”

그러자 옆에 있던 조윤형이 말을 가로 막았다.

“내가 얘기하겠네. 형님, 의도가 뭡니까.”

그러자 김영삼이 입을 뗐다.

“이보게, 진산은 우리 구파의 보스야. 진산과 타협을 해야 하는 게 순리 아닌가.”

“형님, 우리가 이해 못할 사람들도 아니고, 그렇다면 사전에라도….”

조윤형은 김영삼으로부터 자초지정을 듣고 김영삼계의 나아갈 방향을 물어보기 위해 재차 묻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형우가 앞에 있던 술상을 발로 차 엎어 버렸다.

“그 딴 식으로 하면 대통령은커녕 소통령도 안된다.”

최형우 돌출행동에 화를 낼만도 했지만 김영삼은 재차 설명했다.

“아우, 자네와 김상현이 진산 제명서명을 받았는데 그것으로 우리의 의사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현실을 보게.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김영삼의 장시간 설명에 최형우는 누그러졌고, 조윤형도 이해했다.

이날 최형우가 얼마나 거칠게 김영삼에게 대들었는지는 최형우의 자서전에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본래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은 엉망으로 취했다. YS에게 목소리를 높여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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