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대선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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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대선불출마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1.19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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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내려놓는 게 이기는 것이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19일 신년기자회견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시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만간 전권을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에 넘기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내가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것은 대표직이 아니라 원칙과 약속이었다"며 "혁신을 이뤘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렸다. 인재영입을 통한 변화의 큰 물결도 시작됐다. 못한 것은 통합인데, 통합의 물꼬를 틔우기 위해 내가 비켜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당대표직에 있든, 있지 않든 총선결과에 대해 나는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내 역할이 여기까지라고 인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는 당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당(黨)'은 갈기갈기 찢어진지 오래다. 이제는 당이 아니라 전체 야권을 살리기 위해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 대표가 20대 총선 전에 '대선불출마'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표가 통합을 꾀하고자 하는 야권 인사들이 그의 '마이 웨이'를 '대권 욕심'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에 앞서 가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너무 대권 주자 행보만을 보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권 주자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탈당하기에 앞서 "개인이나 각 계파의 이해타산이나 대선출마 욕심이 앞서면 당이 공멸한다"며 문 대표에게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황주홍 의원도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모든 분란과 분열의 시발점은 문 대표의 과도한 대권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한길 의원 역시 지난해 5월 "문 대표가 대권행보를 독주하면서 안철수, 박원순을 옆에 세우는 정도의 모양새 갖고는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들의 말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문 대표는 분명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해 야권 분열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

문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줄곧 '마이 웨이'를 걸었다. 연이은 선거 패배에 따른 비주류의 책임론 압박에 되레 맞불을 놨다.

이 과정에서 야권의 심장부 호남의 문 대표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문 대표와 같은 친노 진영에서조차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등에 업은 비주류 인사들은 탈당을 단행했다. 천정배 의원이 당을 박차고 나가 국민회의를 꾸렸고, 김한길·안철수 진영은 연쇄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표는 대권 욕심으로 합리성이 결여된 모습을 다수 보여 왔다는 게 정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무리한 행보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그는 11·14 민중총궐기에서 쇠파이프와 밧줄을 든 일부 참가자들이 자행한 폭력 시위에 대한 비판을 삼가면서 이를 사실상 두둔했고,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대부분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들로 구성하기도 했다.

또한 '원로 친노'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무죄를 끊임없이 주장하는 편협함을 보이기도 했다. 종국에는 한 전 총리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지만, 그때는 이미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결심한 이후였다.

김종인 선대위원장 역시 대권을 염두에 둔 인재영입이라고 평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문 대표가 대선 승리를 위한 외연·지지층 확장 차원에서 김 위원장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박정희 독재 정권에서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을 지냈고, 전두환 신군부에는 국보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인사다. 17대 국회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입성하기 전에는 줄곧 보수 정당에 몸을 의지해 왔다. 또한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었다.

문재인 대표는 1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천정배 신당' 국민회의에 공개 통합 논의를 제안했고,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의당과도 크게 통합에 대해 의논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는 문 대표가 진정 "야권 통합의 물꼬를 틔우기 위해 비켜서는 것"이라면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말 앞에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선 안 된다고 본다.

대통령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는 정계은퇴를 선언했음에도 결국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문 대표의 오랜 친구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서울 종로에서 부산에 내려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허태열과 경쟁할 때 "낙선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허태열에게 패배했지만 훗날 '바보 노무현'에서 '대통령 노무현'으로 거듭났다.

그렇게 '내려놓는 게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는 생물'이다.

문 대표의 총선 전 대선불출마 선언은 야권 통합의 진정한 물꼬가 될 수 있다. 야권의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권가도'의 진정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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