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민들은 항상 정치권에 새바람이 불길 갈망해 왔다.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 투사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가 그렇게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새바람에 힘입어 '바보 노무현'에서 '대통령 노무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MB(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진 보수 정권 8년, 극심한 피로를 느낀 국민들은 다시 정치권에 새바람이 불길 염원하는 눈치다.
하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여야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들은 이 같은 국민들의 염원·갈망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신 청와대에 고개를 숙이는 허약한 여당 대표, 야권 분열의 장본인이 된 2012년 대선 후보들은 '미래권력'의 야성을 잃고 '현재권력'에 매몰돼 구태(舊態) 정치인으로 전락한지 오래인 듯하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 역시 국민들을 배신했다. 19대 국회는 부정부패, 갑질, 논문 표절 등 각종 비도덕적 행태를 반복하고, 회기 내내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했다. 다음 국회를 위한 선거구 획정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조차 아까울 정도다.
국민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들을 향한다. 차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이상 새누리당),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이상 더불어민주당)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권의 '원조 소장파' 원 지사(51)와 남 지사(51)는 변화와 개혁, 그리고 쇄신의 아이콘으로 '중도개혁보수'라는 시대적 요구를 이룰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이 제주도와 경기도에서 각기 추진하고 있는 '협치'와 '연정'은 '미래권력'이 지향해야 할 정치 철학을 제시한다.
박 시장(59)과 안 지사(50)는 야권의 승리(광역단체)로 막을 내린 6·4 지방선거에서 나란히 재선에 성공한 광역자치단체장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고, 안 지사는 문재인 대표의 뒤를 이을 '친노(친노무현)계 후계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네 사람의 공통된 약점은 허약한 당내 조직력이다. 차기 대선주자급 역량과 상품성, 그리고 인지도를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차기 아닌 차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유다. 당장 당내 대선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약점만 보완한다면 이들은 단숨에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이를 위해 네 사람 모두 오는 20대 총선을 통해 자신의 최측근들을 원내에 진입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원희룡의 남자'인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은 서울 양천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곳은 원 지사가 3선 국회의원이 된 지역이다. 정치신인 이 전 본부장은 당장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 신의진 의원 등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이승철 전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은 '남경필의 남자'다. 이 전 의원은 경기 수원병(팔달)에 출마할 예정이다. 팔달은 남 지사의 부친이 재선을 지냈고, 남 지사가 5선을 한 지역이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과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하다.
'박원순의 남자'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임 전 부시장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서울 은평을에 명함을 내밀었다. '박원순 대 이명박'의 대리전 구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임 전 부시장은 그에 앞서 야권 내에서 격전을 치러야 한다. 서울 은평을은 더민주당 강병원, 국민의당 고연호, 정의당 김제남 등 걸출한 인물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지역이다.
더민주당 나소열 충남도당 위원장, 김종민 전 충남 정무부지사 등은 '안희정의 남자'라 불린다. 충남 보령·서천에 도전장을 던진 나 위원장은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과,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출마하는 김 전 부지사는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과 경쟁해야 한다.
'미래권력의 후예들'은 과연 '미래권력'의 후광을 입고 차기 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권력'의 대권가도에 발판을 놓을 수 있을까. 나아가 '미래권력의 후예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기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국민들이 염원하고 갈망하는 정치권의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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