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같은 소리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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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같은 소리하고 있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1.2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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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 무용(無用)의 시대, 누구의 책임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같은 정치인’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하겠다는 일은 대동소이했기 때문입니다.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정치 혁신, 일자리 창출, 교육 개혁, 양성 평등 등 두 사람의 공약은 마치 빼다 박은 것 같았습니다.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가던 제 생각은 그랬습니다. ‘누가 돼도 상관없겠다.’ 당선자가 박근혜 후보든 문재인 후보든,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정치 혁신, 일자리 창출 등 제가 차기 정권에 바라는 바는 모두 성취될 터였습니다. 투표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는 또 생각했습니다. ‘둘 중 한 사람이 될 테고, 누가 돼도 결과가 같다면 굳이 나까지 투표를 하러 올 필요가 있었을까?’

정치 무용(無用)의 시대입니다. 민주화가 달성되고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개혁 시대’가 끝나자, 여야의 철학과 정책은 중도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표방했던 새누리당은 제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진보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성장’을 외쳤습니다. 이제 거대 양당의 공약은 성장과 분배의 양립, 튼튼한 안보, 복지 확대로 수렴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처럼 두 거대 양당의 공약은 유사하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중도보수의 거대 양당이 국회를 장악한 까닭에, 철학적 특수성을 지닌 제3, 제4당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습니다. 거대 양당의 가치와 철학은 중앙으로 모여 ‘누가 돼도 관계없는’ 지경이니 정치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고, 제3, 제4당에게 표를 던지면 내 한 표가 사표(死票)처럼 느껴지니 투표장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누가 되든’ 내 삶에 변화가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정치가 내 삶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가 없을 때, 사람들은 정치로부터 눈을 돌립니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손에 쥐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차이는 없고,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딱히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취업 한파’에 일분일초가 아깝습니다. 결론은 하나입니다.

“정치같은 소리하고 있네.”

우리는 이 일갈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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