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오리고기 논란과 사조오양 그리고 '2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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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오리고기 논란과 사조오양 그리고 '2개월'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1.27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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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열사 창고에 냉동오리 가득 채워놓고 대체물량 마련 시간 달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중국산 수입 오리고기 판매로 축산단체의 공분을 사고 있는 사조오양이 2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시간끌기’ 꼼수라는 비난여론이 높다. 축산농가를 더욱 분노케하고 있는 것이다.

사조오양이 요청한 ‘2개월’은 이렇다.

‘2018년까지 계약된 업체가 있어 수입산 오리고기 물량 대체 등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필요한 시한’이다. 이후 수입물품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축산단체의 분노를 잠재우려다 오히려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축산단체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물량 대체 등 대안 마련’이다.

사조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오리고기 가공업체 사조화인코리아에는 현재 냉동 오리고기 재고량을 100만 수 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오리고기 소비 감소로 현재 국내에는 냉동재고가 1000만 수에 이르고 있어 가격도 바닥이다. 사조그룹이 국내산 오리 원료육을 싸게 확보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대체 물량 마련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물량 운운하다니….

여기에 대기업으로서의 도의적인 문제까지 겹치며 비난이 더욱 거세다.

지난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농축산단체 대표가 식량안보차원에서 대기업이 솔선수범해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확대를 약속하는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영연방 3개국과 FTA 대책의 일환으로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확대에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국내 농축산농가들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 대기업 사조그룹의 계열사인 사조오양에서 이를 어긴 것이다.

대기업으로서 약속도 지키지 않고 국내 축산농가를 우롱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축산농가들은 사조그룹을 향해 ‘돈만 쫓는 사조그룹’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축산단체는 사조오양에 △수입 내역 공개 △공개 사과 등을 요구했다. 축산단체의 요구사항에 사조오양이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런데 왜 이런 답변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답변서로 인해 축산단체의 분노는 더욱 격앙됐다.

답변서는 수입내용과 수입 오리고기에 대한 수거 및 폐기 계획이 구체적이지도 않으며, 수입량이나 수입 금액에 대한 명시 없이 ‘2015년 기준 연간 매출액 20억 원’이라고 언급돼 있을 뿐이다.

‘책임회피용’이라는 비난이다.

축산단체는 2월 초에 사조그룹 앞에서 대규모 집회와 동시에 주진우 회장 자택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감행할 것을 경고했다.

사조그룹의 오리고기 수입이 문제 되는 것은 향후 쇠고기, 돼지고기 등으로 수입 축산물의 범위를 넓힐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제16대 국회 의원으로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까지 지냈다. 농가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축산농가에 처한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안타깝다. 축산단체들의 말처럼 돈만 쫓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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