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차별과 임금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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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차별과 임금체계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1.27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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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갑’의 화려한 겉포장 속에 파묻혀 저항조차도 못하는 ‘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대한항공이 전문대학 졸업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의 학력 차별을 없앤다며 임금마저 하향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올해 1월1일 객실승무원 입사한 객실승무원의 학력 간 직급과 급여, 진급 시기 등의 차이를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 일원화로 전문대 졸업자와 4년제 대졸자 모두 같은 직급의 인턴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기존에는 대졸 입사자는 5급, 전문대졸 입사자는 6급으로 근무했었다.

대한항공 측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채용에 학력별 차별을 두지 말자는 취지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라 직급 차별을 없앤 것”이라고 밝혔다.

학력차별은 그동안 한국사회의 고질병이었다. 따라서 이번 대한항공의 학력차별을 없앤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기존 전문대 졸 입사자의 직급 체계를 따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금도 하향됐다. 직급이 전문대 졸 입사자에 맞춰지다보니 임금도 당연히 전문대 졸업자의 임금에 맞춰진 것이다.

대한항공의 승무원 직군의 초임은 전문대졸은 2800만원, 4년제 대졸은 346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졸 승무원 초임이 600만~700만원 가량 더 많다.

4년제 졸업 입사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연하다. 학력차별을 없앤다며 임금하향 ‘꼼수’를 부린 것이다. 전문대졸의 임금은 동결되고, 4년제 대졸 임금은 낮아졌다.

역차별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졸 승무원의 직급 변화를 지원자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채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직급 일원화로 대한항공은 비용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겉으로는 학력차별을 없앤다는 좋은 기업 이미지로 포장하고, 속으로는 돈을 챙긴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근 사조그룹 계열의 사조오양과 대한항공이 오버랩 된다.

사조오양은 수입오리고기를 판매하며 축산농가로부터 ‘국내 축산농가를 죽이며 돈만 쫓는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학력차별 해소라는 미명하에 임금을 낮춰 절감 비용 효과를 내려는 대한항공이라는 비난은 불보듯 뻔하다.

대기업의 ‘갑’이라는 화려한 겉포장 속에 파묻혀 저항조차도 못하는 ‘을’이 애처로운 뿐이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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