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김무성 존재감 부각, 타이밍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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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김무성 존재감 부각, 타이밍 잡았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1.29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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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일까 헛기침일까 '주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침묵하던 ‘무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면 이후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발을 맞춰왔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조금씩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선진화법 개정 과정에 대해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전부 다 찬성으로 돌아섰다”며 청와대를 겨냥하더니, 27일에는 “권력 주변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려 한다. 완장을 차고 권력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며 친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낸 모양새다.

이처럼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김 대표의 ‘다목적 포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총선을 기점으로 ‘김무성 대세론’을 확산시키려는 김 대표가 승부수를 던질 타이밍을 잡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타이밍론’이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김 대표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위기감을 감지했다는 분석이다. 최경환 의원의 여의도 복귀를 신호탄으로, 친박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김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최 의원이 “야당은 경쟁적으로 인재 영입을 하고 있는데 여당은 인재 영입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김 대표를 정조준하자, 안대희 최고위원도 “인재 영입이 굉장히 필요하다”며 거들었고, 홍문종 의원은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이라는 낱말의 포로가 됐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상향식 공천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같은 친박계의 일사불란한 공세 앞에 김 대표도 더 이상 ‘버티기’로 일관할 수는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종로 출마 고수’와 안대희 최고위원의 ‘마포 출마’로 비박계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계속 침묵하다가는 ‘비박계의 리더’라는 타이틀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눈치다. 실제로 오 전 시장과 안 최고위원의 출마 지역이 결정된 후,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인데 크게 실패한 것”이라며 김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대권을 노리는 김 대표가 ‘승부수’를 던질 시기가 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진박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전략은 ‘박근혜 마케팅’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더라도 김 대표가 ‘전공’을 챙기기 어려운 구도다. 지난 5일 기자와 만난 여의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당대표의 존재감이 너무 미미해졌다”며 “설사 새누리당이 대승을 거두더라도 김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새누리당 당헌·당규에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 있다. 총선 이후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승부를 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김 대표가 청와대·친박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확립할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타이밍’에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면 총선 전공이 모두 청와대와 친박계로 돌아가고,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김무성 대세론’에 불을 지피려던 김 대표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김 대표가 ‘치고 빠지기’ 이후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응을 관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청와대와 대립하며 ‘자기 정치’를 하는 모습이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다. 청와대를 향해 연이틀 각을 세운 것은 선진화법 책임론을 청와대로 돌리기 위한 단기적 방편일 뿐, 총선 이후를 바라보고 던진 ‘승부수’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은 “여당의 총선 전략은 안정 추구일 텐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굳이 김 대표가 청와대와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김 대표가 승부수를 던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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