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충청도가 다시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충청포럼의 부활과 함께다. 친박계의 핵심 인사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만장일치로 제 2대 회장을 맡으며 이목을 모았다. 총선을 약 2달, 대선을 약 2년여 남긴 이 시점에서 충청이 다시 정국 전면에 나서는 이유로는 영남패권론의 종식,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견제, 충청 민심 수습 등이 거론된다.
영남패권론은 끝났다 이젠 ‘충청대망론’
충청포럼은 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00년 만든 정치권 인맥단체다. 성 전 의원이 직접 초대 회장에 취임, 활동을 이어왔지만 세간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난해 4월 9일 성 전 의원이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유명해졌다. 그 출발은 충청권에서 대권주자를 만들어보자는 그의 야망에서 시작됐다. 그가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한 인물은 충북 음성 출신의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실제 2005년 충청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던 반 총장의 대망론은 2012년 대선 이후 정가에서 가장 많이 흘러나온 소문 중 하나였다. 반 총장의 출마설은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핀다.
어느새인가 한국정치의 주된 흐름이 됐다는 ‘영남패권론’,그리고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호남대안론’ 사이에서 ‘충청대망론’은 한동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충청 출신으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와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대선의 문을 노크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충청포럼의 부활은 故 성 전 의원이 깔아둔 판을 이어받아 영남패권론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오는 대선에 대비해 미리 충청세를 결집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다수의 언론이 충청포럼 부활 보도와 함께 일제히 ‘충청대망론’을 언급했다.
김무성 견제…친박계의 정권 재창출 플랜
약 8개월간 공석이었던 충청포럼 회장을 맡은 인물은 친박계의 최고 핵심 인사로 손꼽히는 윤상현 의원이다. 지역구는 인천이지만 충남 청양 출신인 윤 의원은 만장일치로 2대 회장에 선출, 지난 24일 취임식을 가졌다.
최근 친박계는 당내 차기 대선 주자인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얼마 전 여의도로 돌아온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의 돌격대장’ 홍문종 의원 등은 각종 공식 석상이나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김 대표를 향한 거침없는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윤 의원이 충청포럼 회장에 취임, 충청권 제일의 사조직을 거느리게 된 것은 결국 김 대표 견제에 힘이 실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대권가도로 향하려는 김 대표에게 반 총장이란 친박계 대권주자를 내세워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충청포럼 회장 취임식에서 윤 의원은 "충청인이 나라를 이끄는 주도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친박계의 좌장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충남 천안 출신)은 "앞으로 커야 할 인물인 윤상현 의원이 직접 포럼을 맡아 기분이 든든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포스트 JP 이완구 ‘유죄’…충청민심수습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 이후 ‘충청의 맹주’라고 부를 만한 거물 정치인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가장 근접했다는 평이 나온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충청권에서 3선, 충남지사를 거쳐 당 원내대표를 맡으며 입지를 탄탄히 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직에 오르며 주가를 높였었다. JP의 휠체어를 밀며 ‘후계자’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전 총리가 총리에서 낙마하고,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만든 사안은 아니러니하게도 충청포럼의 회장이었던 성 전 의원과의 관계였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께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의원으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리고 29일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판결에 대해 이완구 전 총리는 “항소심에서 다투겠다”며 불복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사실상 ‘포스트 JP’는 물 건너간 셈이다. 게다가 진실공방을 벌이다 목숨까지 잃은 성 전 회장도 충청인사라는 점에서 충청민심은 술렁였다.
충청 정계의 한 소식통은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금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누가 있느냐. 우리 세대(40대)뿐 아니라 내 주변에 다양한 세대층서도 'JP 이후 충청 대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은 없다'고 말한다”며 “그 분(이 전 총리는)이 이대로 유죄로 끝난다면 뽑아준 충청도 사람들이 아주 대망신”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포럼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윤 의원을 새로운 얼굴로 내세우는 것은 분위기를 쇄신하고 민심을 수습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권 정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충청 여권에서 지금 구심점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 단체장(대전시장,세종시장,충북지사,충남지사)을 싹쓸이 당한 상태”라며 “지역민심도 안 좋다고 들었다. 안(희정) 지사가 더 뜨기 전에 반 총장이든 누구든 충청권을 규합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좌우명 : 행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