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의 시네 리플릿> 영화 〈검사외전〉, 버디무비에 대한 인지부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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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시네 리플릿> 영화 〈검사외전〉, 버디무비에 대한 인지부조화
  • 김기범 영화평론가
  • 승인 2016.02.02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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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허술함의 가벼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평론가) 

▲ 영화 <검사외전> 포스터

영화에는 버디무비라는 하위 장르가 있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의 1969년 작, <내일을 향해 쏴라> 와 같이 주로 두 남자의 진솔한 우정을 주제로 한 서부극이나 범죄 영화에 많이 차용되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상 무조건적으로 두 남자의 우정이나 협조만 강조된다고 해서 버디무비로 명명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상에서 두 주인공이 갖는 각자의 비중이 비슷하고, 무엇보다 상호간의 케미스트리가 조화롭고 진정성 있게 창출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2016년 설날을 맞아 개봉하는 한국영화 <검사외전> 은 명실공히 버디무비를 표방한다. 한국의 독보적 흥행배우라는 입지에 오른 황정민과 순정만화에서 튀어 나온듯한 비현실적 미모로 여심을 사로잡는 강동원을 캐스팅함으로써 영악하게 투 탑의 티켓 파워를 공표한 이 영화는 진작 설 대목의 관객몰이를 목표로 한 범죄오락물이다. 

과거 명절에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보던 안방극장의 홍콩영화처럼, <검사외전> 은 오락영화의 전형적 공식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따른다. 덕분에 비록 이렇다 할 큰 액션은 없을지라도, 간만에 여하한 긴장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관객들에게 코미디 정서에 부합되는 오락물의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명절용 오락영화의 정형을 안전하게 답습한 만큼, 이제 갓 장편영화에 데뷔하는 감독의 향후 긴 여정에 적지 않은 개선의 여지를 남긴다. 

무엇보다 두 배우의 연기력과 외모라는 절대 무기에 최대로 의존한 나머지, 감독은 주인공들의 타고난 명품성을 극대화시켜 효과적인 시너지를 일으켜야 하는 책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느낌이다.

<국제시장> 과 <베테랑> 을 거쳐 <히말라야> 까지, 지난 1년 사이에 한국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불패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황정민은 영화 전반에 걸쳐 맹렬한 호랑이처럼 스크린을 장악해야 합당한 주연 배우치고는 감방에 내내 갇혀 있는 만큼이나 그 비중이 왠지 제한적이고 답답하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왜소해진 황정민의 주연 비중을 강동원의 코믹 캐릭터가 차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대체하고, 수많은 여성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그야말로 숱한 여심을 울리는 사기적인 매력과 외모로 시나리오의 허점들을 메운다는 점에서 강동원의 사기꾼 연기는 가히 진정한 메쏘드라 칭할 만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두터운 교도소 담장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화학작용이 진솔하다고 보기에는 스토리텔링상의 케미스트리가 강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기존의 사전적 버디무비를 표방하기에는 관객들에게 정서적 불일치를 보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지난 여름 한국 사회를 휘몰아쳤던 <베테랑> 에서 맡았던 서도철 형사의 캐릭터에서 황정민은 여하한 진일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이제 <내부자들> 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사회고발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하기에도 그 공감대가 현저히 허전하다. 

김원해와 김병옥, 신소율 등의 걸출한 조연급들의 쓰임새 또한 미약하나, 배역을 막론하고 요사이 최상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성민의 몰입된 악역 연기가 그나마 그 간극을 상쇄시킨다. 

관객이 원하는 요즘의 코드를 맞춘 전형적 클리셰들로 치장되어 별다른 반전 없는 2016년형 설날 영화에 그치며,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쇼생크 탈출> 의 진정한 케미와 전작 <부당거래> 에서 뿜어져 나왔던 황정민의 진지함에 대한 미련을 각인시킨다는 점이 안타깝다. 

차라리 한국적 현실에서 동떨어진 교도소 내의 의상과 공간의 디테일에 대한 신경을 탄탄한 시나리오 준비에 쏟았더라면 더욱 나았으리라는 미진함이 남는다. 

그럼에도 <검사외전> 은 이번 명절 전선의 흥행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연기 인생의 정점에 다다른 나머지, 더 이상 개선과 발전의 여지가 없는 황정민과 사제복마저 패션으로 승화시킨다는 강동원의 조합으로 대놓고 대목을 겨눈 이 오락물의 라이벌리가 올 설에는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쉬운 지적 하나 더! 미국의 와튼 스쿨은 이 영화에서 PSU 로 불리우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가 아니라, 아이비리그의 일원으로 유펜이라 부르는 펜실베니아 대학교에 있다. 

이렇듯 영화는 (옥이 아니기에) 옥의 티를 떠나, 단순히 성룡표 영화를 대신할 명절용 범죄오락물다운 두루뭉술한 허술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 평점 : ★★☆☆☆

 

·영화 저널리스트
·트리즈 뉴스 전문기자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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