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盧 향한 檢의 칼끝…퇴로 막힌 盧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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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盧 향한 檢의 칼끝…퇴로 막힌 盧의 앞날은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4.20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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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 대통령 옥죄는 ‘500만 달러’
최측근들에 이어 직계가족들 까지
검찰 사정(査定)이 심상치가 않다. 정치권이 온통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초점이 맞춰질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박연차-정대근-강금원 등 노 전 대통령 후원 3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盧의 남자’들이 줄줄이 구속 또는 조사를 받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 조카사위 연철호 씨 등이 직접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정황이 속속 들어나면서 ‘박연차 게이트’는 ‘노무현 게이트’로 진화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돼 6개월여 동안 진행된 ‘박연차 수사’의 끝이 어디일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은 특히 ‘노무현 게이트’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치지형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검찰의 사정이 누군가가 그린 ‘큰그림’에 의해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서 ‘이명박 대 노무현의 마지막 결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     © 시사오늘

 
◇‘박연차 리스트’ 일파만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전방위 로비 의혹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지난 6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박 전 의장은 6선 의원 출신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회의장을 거친 뒤 2004년 정계를 은퇴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의장은 박 회장에게서 2006년 4월 1억원 안팎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당시는 박 전 의장이 정계에서 은퇴한 뒤여서 박 전 의장이 그 돈을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이진복 당시 부산 동래구청장의 재선 출마를 돕는 데 썼는지를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구청장은 당시 재선에 실패했지만 18대 총선에서 부산 동래구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한나라당으로 복귀했다.

이에 앞서 박 전 의장은 박 회장의 로비설과 관련해 "정계 은퇴 뒤 직접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후원금 형태로 1억원 정도를 받았는데 불법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 전 의장에 이어 김원기 전 국회의장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최근 김 전 의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박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의장 소환과 관련해 "김 전 의원부터 조사한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전 의원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 전 의장 소환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도 쉬지 않고 가동하고 있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6일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소환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회장은 부산 창신섬유와 충북 충주 S골프장의 회사 돈 100억여 원 가운데 일부 금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을 상대로 불법성과 분식회계 처리 지시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또한 강 회장은 박 회장이 APC계좌에서 500만달러를 꺼내 노 전 대통령의 관심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던 3자 회동 자리에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 개발 목적으로 설립한 (주)봉화 대표이사로서 여기에 7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돼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     © 시사오늘

 
◇최측근 그룹 이광재·서갑원 이어 안희정도 위기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2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10여 차례의 검찰수사에도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던 이 의원은 2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며 결백을 호소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에서 2004~2008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국내와 미국, 베트남에서 미화 12만달러(1억6천만원)와 원화 2천만원 등 1억8천만원, 2004∼2006년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1만달러씩 총 3만달러(4천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구체적 혐의사실을 적시했다.

이 의원뿐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대통령의전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의원 등 다른 ‘노무현 참모 1세대’의 혐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인인 강금원 창신그룹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은 물론 자신이 챙겨야 할 249명의 주소를 알려주고 명절 선물을 대신 보내게 하기도 했다.
 
한때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은 비서관 시절 부산지방국세청장과 지역 건설업체 사장 간에 뇌물이 오고 가던 자리에 동석하는가 하면 건설업체가 세무조사를 받지 않도록 로비를 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여기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 몇 명도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얘기가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등 친노그룹에 대한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갈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부인·아들·조카사위까지 연루…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시인한 가운데 그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폭되는 양상이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는 시점에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 씨가 연 씨를 동행해 박 회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사이에 추가 돈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사과문을 통해 권 여사가 채무 변제를 위해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돈이 노 전 대통령 몫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개인적으로 현금 3억원과 상품권 1억원 어치를 챙긴 뒤 10억원을 권 여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 역시 "사과문에 금액이나 돈을 받은 일시ㆍ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검찰이 파악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조사해봐야 한다"며 이미 노 전 대통령 측의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했음을 시사하고, "권 여사가 등장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 의혹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관하던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사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몫이라거나 추가 돈거래의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재직 중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부인에게 거액을 건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연차 쓰나미'에 참여정부 도덕성 심대한 타격

실체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개혁성과 도덕성을 무기로 내세웠던 친노 핵심인사들의 '좌초'와 직계가족들의 연루는 노무현 정부와 친노그룹 전체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특히 친형인 건평씨와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 박정규 전 민정수석에 이어 386 의원들까지 구속된 가운데 부인·아들·조카사위 등 직계가족들의 연루설이 속속 들어나면서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고, 최근 워크숍 등을 열어 정치적 재기를 모색했던 친노인사들의 동면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던 친노그룹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정부가 상대적으로 보안과 리스크 관리가 철저한 대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쓴 반면, 전 정권과 차별화를 꾀하며 이런 관행을 개혁대상으로 여긴 친노그룹들이 '강금원', '박연차'라는 두 자금원에 상대적으로 크게 의존하면서 그 후폭풍을 더 크게 맞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친노 그룹의 몰락이 노무현 정부 전반에 대한 재평가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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