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창당대회]'해피그린' 물결…“오만한 여당과 무능한 야당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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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창당대회]'해피그린' 물결…“오만한 여당과 무능한 야당 심판”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2.02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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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핵심 키워드는 '제3정당·중도·충청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제3정당'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2일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성대하게 치뤘다. 이번 창당대회에서 강조된 국민의당의 핵심 키워드는 '제3정당' '중도 노선' '충청도'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의 '중도 클릭'이 오히려 정치적 정체성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국민의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오른쪽)-천정배 대표(왼쪽)가 선출됐다. ⓒ 뉴시스

◇ 수많은 '해피그린'이 모인 창당대회…"제3물결의 시작"

대전시 한밭체육관 주변은 수많은 '해피그린'로 붐볐다.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은 국민의당 공식 컬러인 해피그린 조끼를 입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대회가 평일에 열린 탓인지 인파의 중심 연령대는 20대와 60대였다. 

창당대회 입구에는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주승용 원내대표와 김동철 의원이 서 있었다. 주 의원은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기자가 창당대회를 여는 소감을 묻자 "제3물결의 시작"이라며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유권자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국민의당이 첫 발을 내딛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주 의원의 표정에서 자신감과 기대감이 엿보였다.

내부에 들어서자 1층과 2층 객석 모두 지지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는 '안철수'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취재열기도 대단했다. 모두 국민의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 安-千, '제3정당' '중도' '충청지역'에 강조점

국민의당은 이날 창당대회에서 지도부 체제를 공식화했다.

공동 대표에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최고위원에는 주승용 원내대표를 비롯, 박주선 의원, 김성식 전 의원, 박주현 변호사가 선출됐다.

신임 지도부는 수락연설에서 공통적으로 '기득권 양당체제'를 비판하며 정부여당과 더민주에 날을 세웠다. 이는 제3정당으로서 정치적 차별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대표는 "19대 국회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했는지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한다"면서 "오만한 여당과 무능한 야당은 이제 그만 됐다고 명령해달라"고 말했다. 

천정배 대표 역시 "정부여당에 당당하게 맞서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하는 동시에 "야권도 정권교체를 위한 건전하고 합리적인 경쟁으로 승부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발언 중간에 "저는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수 없어 판검사의 길을 포기했다"고 언급,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국보위 논란'을 겨냥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창당대회에서 제3정당과 함께 방점이 찍힌 것은 대전, 곧 충청지역과 인연이었다.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국민의당이 대한민국 중원인 대전에서 창당대회를 연다"면서 "동양문화에서 깊은 의미를 가진 중도는 나라의 중심, 사회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충청지역을 치켜세웠다. 

안 대표 역시 대전과의 인연을 소개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창당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대전에서 살면서 수도권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게 됐다"면서 "머릿속 대한민국 지도를 다시 그리게 해준 고마운 곳"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정치적 색채가 옅은 '캐스팅보터' 충청지역을 국민의당의 중도 노선과 연결, 지지기반을 세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 세대·지역 지지기반, 당내 의견은 '중구난방'?

국민의당은 이번 창당대회에서 일관된 목소리로 '가운데'를 외쳤지만, 세대·지역 지지기반과 관련해서는 당내 강조점이 '중구난방'이었다.

국민의당은 연령별 지지기반에 대해 선명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식전행사를 맡은 청년 자원봉사자 이경휘 씨는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젊은이와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한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했다.

무대 화면에 뮤직비디오가 흐르자 객석에 앉아있던 중장년층 지지자들은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2층 객석에서는 "저게 뭐야" 불만의 목소리로 나왔다. 식전행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어른들의 방식'인 구호연습에 들어갔다.

축사를 맡은 정대철 상임고문 역시 중장년층의 지지를 강조했다. 그는 역대 선거에서 2,30대와 50대 이상의 투표율을 비교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은 일이지만 노년층 지지없이는 절대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지역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부족해보였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충청지역에 강조점을 뒀지만 대회 무대에 오르는 의원들 대부분이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었다.

국민의당 첫 영입인사인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은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대한민국 전체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당대회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호남이라는 키워드가 지워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호남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지지기반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충청민심, '아리송'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선 충청지역은 침착한 태도를 일관했다. <시사오늘>이 만난 길거리 민심 대부분이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는 관망세였다. 

택시기사 이모 씨(54)는 "탈당 때부터 '새정치'를 주창한 안철수 의원을 지지했는데 요새는 정치경험 부족 때문인지 인사문제도 생기고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씨는 "새정치가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켜봐야겠지만 여전히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양모 씨(24)는 안 대표에 대한 청년층의 기대감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에 별로 관심은 없지만 주변을 보면 안 대표의 이미지는 좋다"면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홍모 씨(60)는 국민의당의 '충청도' 구애를 회의적으로 봤다. "정치권은 충청도를 캐스팅보터라고 하면서 이용만 하려고 한다"면서 "김종필 때도 그렇고 매번 이용하고 팽 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씨는 "충청도는 회색지역이 아니고 보수도, 진보도 소신있게 지지하는 지역"이라면서 "국민의당도 양다리 걸치지 말고 정치적 소신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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