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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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9.04.20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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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9년 KDI 경제전망'을 통해?"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내수와 수출 증가율 감소로 인해 지난해(2.8%)보다 크게 하락한 0.7%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KDI는 민간소비 감소와 금융위기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경기하강으로 인한 소득·고용여건 악화로 올해 상반기에는 -2.6%의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전망했다. 당분간 일자리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8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이 경제위기 속 일자리 창출 방안과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중점 논의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일자리가 중요한 국가 경제정책 목표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관하고 나도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임금을 삭감한 ‘잡 쉐어링’과 ‘청년 인턴제’를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일 자리 나누기’는 임금 삭감 또는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창출하는 것을 뜻하며,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일자리 나누기는 워크 셰어링(Work Sharing)과 잡 셰어링(Job Sharing) 등 두 가지로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임금 동결 및 삭감 등을 통한 고용 유지도 폭넓은 의미에서 일자리 나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정의한 워크 셰어링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감을 나눔으로써 고용을 유지하거나 창출하는 것이고, 잡 셰어링은 직무 분할을 통해 한 명의 풀타임 일자리를 2명 이상의 파트타임 근로자가 나누어 일하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휴직, 잔업 폐지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엄밀히 따지면 워크 셰어링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임금 삭감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아닌 구조조정에 의한 인력감축과 인턴제 고용은 상충되는 조치이다. 고비용 인력을 줄여 저비용(저임금) 인력을 늘린다고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일과 업무의 효율성은 제쳐두고 단순한 ‘숫자 늘이기’의 일자리 마련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과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정책이 실효성이 있을 까. 정부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공공근로나 인턴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일자리 창출이 아닌, 구호(救護)사업, 구제(救濟)사업일 뿐이다. 일자리, 다시 말하면 직업은 영구 직장(永久 職場)은 아니더라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일 수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 근로나 인턴제 실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인 구호사업은 될 지언 정, 진정한 일자리창출이 아닌 임시방편의 미봉책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청년 실업난 타개책으로 공공부문 위주의 임시적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고용의 질 저하’ 문제도 고심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 나누기’나 행‘정 인턴’ 같은 시책이 전시행정이나 부당한 저임금 유도가 되어서도 안 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또 "양질의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에서 창출해야 하지만 지금은 민간부문이 동력을 잃어 정부가 창출하고 있다"며 "인턴십 문화가 앞으로 고용 유지와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장관은 8일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턴제도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턴제도를 향후 노동시장의 한 축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윤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턴제도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경제위기상황으로 민간부문이 동력을 잃어 기업이 고용기회를 제공할 수 없어, 정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다고 있다고 하면서, 정부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담당해야 할 고용문제 까지 정부가 관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인 인턴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비정규직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세계적인 흐름이요 시대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규직 보다는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늘어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한국의 노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제가 어려운 정규직 보다는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기업의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은 기업의 자율의사에 맡겨야 한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관여하는 방법 등 강력한 규제 보다는 기업 스스로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장경제체제가 그 기본이 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은 전문직 시장과 달리 중국과 인도 등 저임금 국가로 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전으로, 축적된 지식과 지혜의 손쉬운 활용으로 시간, 가격, 거리, 접근성 등과 같은 제한요소들이 붕괴하거나 줄어들고 있다. 과잉공급, 파괴적 가격경쟁, 그리고 중국과 인도 등 싼 값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가간의 경쟁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글로벌 기업 시대. 세계 기업들과의 경쟁시대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마련 등 세계 굴지의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기반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규제 일변도의 법으로서는 안 된다. 투자와 지원이 가능한 법체계가 되어야 한다. 이제 한국에 대한 애국심만으로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기업들은 보다 경쟁력 있고, 훌륭한 기업여건이 갖추어진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는 물론, 동유럽과 남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대기업인 플렉스트로닉스(Flextronix) 인터내셔널 社의 CEO인 마이클 막스(Michael Marks)는 “직접 제조를 하는 업체들에게는 이것은 죽음의 종소리다”라고 말하고 있다. 플렉스트로닉스는 전세계 100여개의 공장을 관리하고 있다. 연매출 134억 달러의 세계적인 회사이다. ‘공장 없는 사업’, 주문에서 배달까지 외부 시스템에 의존하고 돈만 챙기는 사업이 가능한 것이 지금이다.

아웃소싱이건 역외조달(域外調達. 국외조달)인지, 아니면 노동절감 기술의 도입인 지는 논쟁거리가 안 될 정도이다. 여하튼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세계시장은 움직인다. ‘천천히 가도 꾸준히 가면 이긴다’는 거대 노동시장인 중국과 인도와의 대결은 실패할 것이 뻔하다. ‘대통령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허버트 스타인((Herbert Stein)은 ‘더 이상 안 되는 일은 하지 마라’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값싼 노동력’에 의한 시장이 아닌 서비스시장 등 ‘전문성과 고임금’의 새로운 시장(일자리)을 만들어야 한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물적 생산’이 전부가 아니다. 지식과 정보, 서비스산업이 중심이 된다. 따라서 지식정보산업 육성은 필연적이다. 이와 상대적으로 2차산업 중심의 제조업 중심의 국가는 그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굴뚝산업이 중심이 된 산업으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기에는 한계에 도달해 있다. 기술과 자본이 아닌 노동력에 바탕을 둔 한국의 제조업은 거대 자본과 저임금의 노동력에 기반을 둔 중국과 인도에 그 경쟁력을 잃기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앞서갈 수 있는 신기술개발과 더불어 지식정보산업의 육성일 일 것이다.

 정치권 차원에서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국가가 적극 나서는 길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또 보다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을 살려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필요한 재원은 예산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재원 부족, 또한 고용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는 고용보험이나 실업구조 확대와 같은 여러 가지 사회 안정망이나 복지정책을 강화해 제도적으로 사각지대를 막도록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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