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⑥-대구]"진박들이 와서 XX을 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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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⑥-대구]"진박들이 와서 XX을 하고 있잖아"
  • 대구=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2.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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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김부겸이는 자기가 민주당인 걸 왜 자꾸 숨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대구 박근홍 기자)

새누리당의 진박논쟁, 제1야당의 분당, 19대 국회의 점입가경 공회전…. 다사다난했던 1년이 또 지나고 다시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돌아왔다. 제 20대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시사오늘>은 4일부터 9일까지 설 연휴 기간 동안의 전국 민심을 들어봤다.

기자는 여권의 심장부, 새누리당의 텃밭 TK(대구경북) 지역의 설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6~7일 양일에 걸쳐 대구를 방문했다. 20대 총선이 가까워서일까, 정치권을 향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은 그곳의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대구에는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고 있는듯 했다. 기자가 만난 지역 주민들은 선거 때마다 '거수기'로 취급하는 새누리당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해 있었다.

대구 달성에 거주하는 경찰공무원 수험생 안모 씨(30, 남)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서 역대 대통령을 4명이나 배출했는데, 지역 경제는 발전이 없다.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서 공단 근처 상권이 다 죽어버렸다"며 "이제는 대구도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화를 향한 지역 주민들의 열망은 확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 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고민을 안고 있는 주민도 있었다.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영남 최대의 재래시장 대구 서문시장 앞에서 만난 가정주부 최모 씨(57, 여)는 "솔직히 나는 대구 지역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며 "그 사람들이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 그래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뽑아야지 뭐 어쩌겠어. 지금도 이 모양이긴 하지만, 그나마 한나라당이 낫다"고 했다.

예비후보들이 너도나도 외치는 '박근혜' 구호에 강한 염증을 느끼는 주민도 많았다. 청와대발(發) '진박 마케팅'은 이미 실패한듯 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최영도 (73, 남)옹은 "대구에 초선만 7명이다. 그러니까 존재감이 없는 거다. 갈아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도 "그런데 지금 청와대가 하는 꼬라지를 봐. 친박(친박근혜)이니, 진박(진짜 친박)이니 하는 것들이 와서 XX을 하고 있잖아. 대구를 우습게 보는 거지. 지역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박모 씨(21, 여)도 "추경호라는 이름은 종종 듣는데, 다른 후보들은 잘 모르겠다"며 "솔직히 진박이라는 말 자체가 듣기 거북하다. 주변 지인들도 나와 같은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랑 친하면 우리가 뭐 다 뽑아줘야 되나"라고 꼬집었다.

김문수 vs. 김부겸, 대구의 선택은?

▲ 대구 수성갑 선거구 범어동사거리에 위치한 한 빌딩에 설치된 새누리당 김문수 예비후보(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예비후보의 홍보 현수막 ⓒ 시사오늘

다음으로 기자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차기 총선에서 전국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대구 수성갑 선거구였다. 범어사거리 앞에는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얼굴이 담긴 거대한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수성갑 지역 주민 이모 씨(34, 남)는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임을 밝히면서 "김부겸은 삼세판이잖아요. 일하고 싶다는데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인사하는 걸 보면 진정성도 느껴지고 말도 참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끼는 지역 주민들이 상당했다. 김 전 의원이 정당 정체성 자체를 숨기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박모 씨(58, 남)는 "김부겸이는 왜 자꾸 자기가 민주당인 걸 숨기는 거야? 저기 현수막도 봐(손가락으로 현수막을 가리키며). 어느 당인지 모르게 밑에 조그맣게 붙여놨잖아"라며 "정치인이면 정치인답게 정당 정치를 해야지, 자꾸 '끌벵이' 같이 동정표만 얻으려고 하면 안 된다. 지역 주민들한테 상처를 주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박 씨의 일행 윤모 씨(61, 여)는 "나는 새누리당을 지지하긴 하는데 김문수가 별로여서 김부겸이가 어떤 사람인지 보려고 사무실 연다고 했을 때 친구랑 직접 가봤다"면서 "박 씨 말이 맞는 것 같다. 얼굴 알만한 정치인들이 그날 하나도 안 왔다. 보통 격려한다고 많이 오지 않아요? 하긴 노무현 패거리 '금마'들이 와봤자 도움도 안 되겠지"라고 말했다.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 판세는 김문수 전 지사가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해 지난 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는 28.3%, 김 전 의원은 50.1%를 기록했다.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30일부터 2월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지사는 30.8%, 김 전 의원은 52.5%로 집계됐다.

앞선 두 여론조사는 각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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