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총편]지역주의 여전, 대권 구도는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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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총편]지역주의 여전, 대권 구도는 안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2.1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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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판세는…새누리 '맑음', 더민주 '흐림', 국민의당 '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새누리당의 진박논쟁, 제1야당의 분당, 19대 국회의 점입가경 공회전…, 다사다난했던 1년이 또 지나고 다시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돌아왔다. 제20대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시사오늘>은 4일부터 9일까지 설 연휴 기간 동안의 전국 민심을 들어봤다. 본 기사는 이번 '설 민심' 기획의 완결편이다.

▲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PI ⓒ 각 정당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지역주의는 여전했다. <시사오늘> 정치부가 2016년 설 연휴 동안 만난 전국 각지의 국민들은 저마다 자신의 지역 정당과 출신 정치인들을 옹호했고, 지지했다. 호남에서는 새누리당을 지지하겠다는 시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영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시민들을 접하기 힘들었다. 우리 정치권의 그늘이 느껴졌다.

총선과 대선 승패를 좌우한다는 충청권에서는 '충청대망론'이 다시 형성되고 있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유력 차기 대권 주자들이 모두 영남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그리고 안희정 충남지사(더불어민주당)의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충청권 시민들은 반 총장과 정 전 총리을 차기 대권 주자로, 안 지사를 차차기 대권 주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억도 지역주의에 편승된듯했다. 호남권, 영남권에서는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와 박정희, 그리고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향수가 진하게 묻어났다.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언급하면서 DJ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대구에서 만난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진박(진짜 친박)을 운운하면서 박정희를 거론했다. 부산 시민들은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등 PK(부산경남) 출신 대선 주자들을 논하면서 YS를 추켜세웠다.

다만,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지역주의가 해소되는 기미가 보였다. 이들은 지역과 정당에 기반해 정치인을 지지하기보다, 청년 취업난, 지역 경제 발전 미비 등 자신과 밀접한 현실적 이유로 정치인을 평가했다. '이제는 우리도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젊은 세대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정치혐오 기류'에는 지역주의가 없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정치권을 성토했다. 박근혜 정권,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쁠 뿐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깊은 불신이 가득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에 아예 답변을 회피하는 시민도 있었고, 희망을 주지 못하고 답습 상태를 거듭하는 정치권에 회의를 느껴 앞으로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시민들도 다수였다. 정치인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20대 총선 판세는?

그럼에도 20대 총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상당한 것으로 보였다. '역대 최악의 국회' 19대 국회에서 느낀 실망,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라는 일말의 기대, 그리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이끌 새로운 정치인의 등장에 대한 염원 등이 한 데 섞여있었다.

선거 판세는 여권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새누리당은 '맑음'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공언했던 180석을 초과해 200석 이상을 획득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잇따른 야권의 실착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분열로 어부지리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다. 자신들의 역량으로 이끈 호재가 아닌 만큼, 먹구름은 언제라도 들이닥칠 수 있다.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친박근혜)과 비박 간 갈등, 박근혜 정권의 실정 등이 변수로 꼽힌다.

특히 당내에서는 '야권 연대 가능성'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목전에 더민주당,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이 하나로 뭉친다면 총선 승리를 자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0석, 220석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게 사실이고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우리 쪽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야권 연대라는 이벤트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毒)이다.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총선 기상도는 '흐림'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명분 있는 용퇴'와 김종인 비대위·선대위 체제 가동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으나, 야권 분열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승리를 위한 필수 요건은 후보 단일화다. 문 전 대표가 사퇴하기에 앞서 정의당에 연대·합당 메시지를 전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수도권에서의 제한적 야권연대 가능성을 피력한 만큼, 수도권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무리 없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호남이다. 야권의 심장부를 놓친다면 더민주당에게는 큰 타격이다. 국민의당이 호남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면 그 여파는 차기 대선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친노(친노무현)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더민주당에게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의 한 중앙당직자는 11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수도권도 어렵고, 호남은 더 어렵다. 수도권이야 작은 격차로 승패가 갈리는 만큼 '바람'이 불면 우리가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호남은 그렇지 않다"며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들을 우리가 끌어오느냐, 국민의당이 끌어가느냐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머리 위에는 '비'가 내린다. 연쇄 탈당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일거에 끌어올린 당 지지율은 이벤트가 끝나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1월 주간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1월 2주차 때 20.7%로 정점을 찍은 이후 3주차 17.1%, 4주차 13.1%로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관에서 공개한 '2월 1주차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15.0%를 기록해 소폭 상승했지만, 이는 중앙당 창당에 따른 '공식 창당 컨벤션 효과'이기 때문에 상승세를 타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정부여당의 '원샷법' 통과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새정치' 비전과 선명성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호남 공천권을 둘러싼 친안(친안철수) 그룹과 호남 탈당파 간 갈등이 잠재돼 있는 부분은 향후 선거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 즉 20대 국회 교섭단체 구성과 호남에서의 과반수 의석 확보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악재다.

불투명한 대권 구도…'제3의 인물' 돌풍 가능성?

차기 대권 구도는 안개속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3인이 유력한 대권 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일 공개한 '2월 1주차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문 전 대표가 20.5%, 김 대표가 17.6%, 안 대표가 13.6%를 기록했다.

이 같은 구도는 같은 기관이 발표한 '1월 2주차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 전 대표 18.9%, 김 대표 17.8%, 안 대표 17.7%로 집계된 이후 4주째 반복되고 있다.

과거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등과 같은 압도적인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 즈음 '제3의 인물'이 돌풍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의 정의화 국회의장,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의원, 그리고 야권의 김부겸 전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의화 의장은 '뉴타입 국회의장'이다. 명예직으로만 인식됐던 국회의장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 직권상정 거부', '국회법 직권상정 거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소신있는 모습을 바탕으로 최근 정 의장은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원희룡 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뚜렷한 개혁 성향과 소신 행보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인사들이다. '원조 소장파'로 통하는 원 지사와 '배신의 정치' 파동 속에서 의회민주주의를 지킨 유 의원은 중도개혁세력의 정치권 출현을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우리 정치권의 영원한 숙제인 '지역주의 타파'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이다. '제2의 노무현' 바람을 일으켜 차기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는 견해가 야권 일각서 들린다.

정운찬 전 총리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 더불어 '충청대망론'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인사 중 하나다. 또한 정 전 총리가 추구하는 '동반성장'은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시대정신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가 정계에 복귀한다면 당장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긴 어렵더라도 '킹메이커' 역할로 판도를 뒤흔들 공산이 크다.

앞선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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