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정동영, 재도약 가능성은?…역할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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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정동영, 재도약 가능성은?…역할론 '주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2.1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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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버리고 '역할론' 제기해 명예회복 노려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여의도 재입성을 노리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물'을 만났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국민적 이슈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이 같은 호재를 타고 20대 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나아가 당선되더라도 전북 맹주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성공단 폐쇄' 비판으로 정치활동 본격 재개

▲ 개성공단에 방문했던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정동영 전 장관 SNS 캡처

정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통해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그는 12일 TBS<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 "박근혜 대통령은 2002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오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떠한 소통과 절차도 없이 대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본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과연 한반도에 어떤 평화를 증진시키겠느냐. 총선용이라면 역사의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1일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 만든 개성공단인데 그 실상도 의미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문을 닫았다"며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무지와 무능의 소산이다. 개성공단은 정권을 참 잘못 만났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SNS 자기소개란에도 "개성공단은 경제적 가치와 안보적 가치를 뛰어 넘는다. 개성공단은 손에 잡히는 한국형 통일방안이다. 이것을 닫는 것은 미래로 가는 희망의 문을 닫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지켜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입력했다.

이는 전직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과 역량을 피력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전 장관은 2004년 12월 참여정부 통일부의 수장으로 개성공단의 첫 제품 '통일냄비' 생산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되는 인사다.

더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 아니면 무소속 출마냐

정동영 전 장관은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전북 순창)인 전북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당초 정 전 장관은 설 연휴가 끝난 직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표명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된 표명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까닭은 정 전 장관이 3선을 지낸 지역구이자 20대 총선 출마 예정지인 전주 덕진이 선거구 재획정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전주 덕진은 전주 완산병이라는 새로운 선거구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 전 장관은 전주 덕진의 선거구 재편 여부가 결정된 후에 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분열된 야권의 호남 쟁탈전으로 그의 몸값이 상한가를 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설 연휴 기자와 만난 정 전 장관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어느 쪽에도 합류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하는 방향으로 결심했다.

더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이미 어느 정도 '선거판'이 정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당내 경선에서 고지를 선점하기에 타이밍이 늦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전주 덕진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범친노(친노무현)'다.

더민주당은 당내 비주류의 대거 탈당과 함께 '김종인 비대위-선대위 체제'가 가동되면서 친노계의 힘이 더욱 강성해진 눈치다. 게다가 더민주당의 핵심 당원·당직자 가운데는 정세균계가 다수 포진돼 있다. 김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다.

또한 정 전 장관은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급 인사인 만큼, 당 지도부가 그에게 호남이 아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할 공산도 있다. 정 전 장관으로서는 여러모로 불리한 형국이다.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국민의당 통일위원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달 26일 전주 덕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지식인 모임 '국민공감포럼' 상임대표 출신이다.

현재 국민의당의 요직이란 요직에 친안(친안철수)계 인사들이 배치돼 있음을 감안하면, 정 전 장관이 입당하더라도 당내 여론은 김 교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있다. 정 전 장관의 오랜 친구인 천정배 공동대표의 존재다. 천 대표와 호남 탈당파가 친안계, 김한길계 등과의 알력 다툼에서 밀려나지 않는다면, 그 갈등 과정에서 정 전 장관이 입당을 타진할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 민심은? '미워도 다시 한 번'

▲ 지난달 25일 전북 전주에서 강연하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뉴시스

정동영 전 장관을 바라보는 전북 지역 민심은 어떨까. 정 전 장관은 한때 오랜 정치적 라이벌 정세균과 함께 '정-정' 라인을 구축, 전북의 맹주로 군림한 바 있다.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더민주당 전북도당의 한 관계자는 1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전주 시민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크다"며 "아마 그를 욕하면서도 응원할 것 같다. 정동영은 전북도민에게 애증의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여론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전주 지역 정가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정 전 장관의 당선 가능성은 '미지수'다. 일단 야권 분열로 표가 셋으로 갈릴 거고, 무소속 후보자들도 많다. 또 정 전 장관에 대한 동정 여론도 예전 같지 않다. 조직력도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형국"이라며 "이번에 낙선하면 바로 정계은퇴인 걸 정 전 장관 스스로도 잘 알 거다. 단순히 고향 사람이니까 믿어달라는 식의 호소는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명예회복은? '글쎄'

정 전 장관이 20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 재입성에 성공하더라도 과거 전북 맹주의 위엄을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17대 대선 참패, 18대~19대 총선 낙선을 겪으면서 정 전 장관의 세는 크게 위축됐다. 급기야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에서는 서울 관악을에 출마, 3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의 뒤에는 '패배의 아이콘', '야권 분열의 장본인'이라는 불편한 꼬리표가 붙었다. 이를 떼고 명예를 회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전 장관이 호남 변화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식으로 '정동영 역할론'을 제기한다면 재기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변화를 갈망하는 호남 민심을 받아들여 새로운 호남 출신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선 전주 지역 정가의 핵심 관계자는 "천정배가 광주에서 기사회생해서 원내 제3당의 공동대표까지 맡고 있는 이유는 그가 '뉴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를 키우겠다고 호남 정치 복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정 전 장관 나이가 있는데 국회의원 한 번 더하겠다고 나선 게 아니다. 명예회복을 위해서 출마하겠다는 건데, 자기가 전북 맹주로 설 욕심을 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맹주로 키울 생각을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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