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모순에 빠진 이한구 그리고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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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모순에 빠진 이한구 그리고 김문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2.1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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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비인기자’와 ‘저성과자’ 컷오프 1순위는 김문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 뉴시스

“현역의원이라 하더라도 저성과자 또는 비인기자는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력이 약해서 당 지지율에도 훨씬 못 미치면 그 분은 현역이라도 문제가 있는 분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공관위원장 선임 첫 브리핑을 통해 ‘비인기자’와 ‘저성과자’를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또 지난 11일에는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사실상의 ‘비인기자’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새누리당 공천의 ‘컷오프’ 1차 대상은 ‘당 지지율보다 낮은 예비후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위원장이 컷오프와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경쟁력이고, 다른 하나는 19대 국회의 무능력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신선함입니다. 경쟁력도, 신선함도 없는 후보는 컷오프 1순위인 셈이지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바로 대구 수성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문수 예비후보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YTN〉이 의뢰하고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조사해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28.3%를 기록, 50.1%를 얻은 김부겸 예비후보에게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5일 〈리얼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이 39.7%였으니, 당 지지율보다도 11.4%포인트 낮습니다.

더욱이 대구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50.0%(더불어민주당 지지자 12.8%)에 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준이 ‘당선 가능성’이나 ‘경쟁력’일 경우, 김문수 후보는 이 위원장의 첫 번째 타깃이어야 합니다. 

▲ 새누리당 김문수 예비후보 ⓒ 뉴시스

김문수 후보가 ‘신선함’을 갖춘 것도 아닙니다. 15, 16, 17대 연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던 3선 의원이며, 경기도지사도 두 번이나 지냈습니다. 이 위원장은 악·폐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선도할 ‘정치 신인’을 등용하기 위해 전략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이 기준과도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이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김문수 후보는 컷오프 되는 게 옳습니다. 새누리당 우세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20% 이상 밀리는 후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성과자도, 비인기자도 아닌 유승민 의원과 달리 김문수 후보의 거취는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닙니다. 본인이 중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렵지 않게 공천권을 손에 넣는 분위기입니다.

이처럼 ‘비인기자’인 김문수 후보가 대구에서 공천권을 거머쥔다면, 이 위원장의 컷오프 기준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유승민계 도려내기’를 위한 컷오프 기준이 아니냐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지요.

대구 수성갑이 ‘험지’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를 ‘단수 추천’했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논리적 허점이 생깁니다.

대구 수성갑은 이 위원장이 17,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곳입니다. 만약 대구 수성갑이 험지라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12년 동안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재임했던 이 위원장이 ‘저성과자’가 돼야 합니다. 새누리당 텃밭인 이 지역이 험지가 된 만큼, 현역 국회의원인 이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죠.

이 위원장의 기준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김문수 후보는 수성갑 후보 자리를 내려놔야 합니다. 김문수 후보를 구하기 위해 ‘수성갑이 험지’라고 주장하려면, 국회의원 시절 ‘저성과자’였던 본인이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포기해야 합니다. 결과를 정해놓고 과정을 끼워 맞추다 보니 스스로 논리적 허점의 함정에 빠져버린 이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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